경영권·비자금 의혹의 피고발인·참고인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4일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장을 전격 소환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2인자'라는 점에서 삼성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무르익은 뒤 소환조사가 예견됐었지만 이날 소환은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특검팀의 소환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삼성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각종 고소.고발 사건이나 비자금 의혹, 경영권 불법 승계 등 여러 의혹을 수사할 단서를 마련하기 위한 `다용도 포석'으로 읽혀지고 있다.
삼성 본관과 계열사, 최고위급 임원들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차명계좌 추적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특검팀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이 부회장 소환'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여러 의혹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는지 여부와 차명계좌 개설과 비자금 조성, 불법 정.관계 로비 등을 계열사에 지시했는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검의 수사 대상 중 4건의 고소.고발 사건과 관련해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e삼성 고발' 사건의 피고발인으로 소환조사 대상이다.
참여연대 등이 지난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내용을 토대로 삼성측 관계자들을 지배권 승계와 비자금 조성, 정.관계 및 법조계 로비, 차명계좌 개설 등의 의혹으로 고발한 사건에서도 피고발인 신분이다.
또 삼성측 `비자금 조성ㆍ관리' 의혹과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과 관련해서는 중요한 참고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측 `비자금 관리'의 핵심 라인이자 이건희 회장이 그룹 지배권을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게 넘겨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에 직.간접으로 연관됐다는 지목을 받고 있다.
그는 삼성 내 핵심 조직인 전략기획실을 이끄는 전략기획실장을 맡고 있으며, `이학수-김인주-최광해-전용배'로 이어지는 전략기획실을 총지휘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 비자금 조성 및 관리의 최초 단계에 관여한 이후 전용배 구조본 상무와 고 박재중 전무, 최광해 부사장, 김인주 사장,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 등으로 이어진 `비자금 관리'의 핵심 라인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초 최고위급 핵심 임원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르면 이달 중순 이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특검팀은 예상보다 일찍 이 부회장을 소환, 핵심 임원들의 `줄소환'도 예상된다.
핵심 임원들의 조사 이후에는 `오너 일가' 조사만 남은 만큼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예상보다 앞당겨질 전망이어서 특검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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