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이 14일 오후 숭례문 방화 피의자 채아무개(70)씨가 사다리를 가지고 인천 강화도에서 버스에 오르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화재보호법 ‘관리소홀 책임’ 규정없어
일반 형법 적용도 만만찮아
일반 형법 적용도 만만찮아
숭례문 방화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청, 소방당국, 경비업체 등을 상대로 숭례문 관리와 화재 진압 때 과실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지만, 형사처벌이 가능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경찰은 지난 13일 숭례문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 중구청 공원녹지과 직원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조만간 숭례문 경비를 맡고 있는 케이티텔레캅과 문화재청, 소방서 직원들도 조사할 방침이다. 김영수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14일 “해당 기관들과 업체에 대한 기초 사실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해 내고, 검증을 거치는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폭넓게 전담반을 편성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 관리 소홀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고, 일반 형법을 적용하기도 만만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장유식 변호사는 “문화재보호법은 도굴처럼 문화재에 위해를 준 경우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많은데,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직접적으로 묻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이 방화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기 힘들고, 직무유기는 고의로 할 경우에 인정되는 만큼 할 일을 하고 있었다면 적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숭례문 관리를 맡고 있는 중구청이나 케이티텔레캅은 “할 일은 다 했다”는 태도다. 화재가 난 10일 저녁 8시48분께는 중구청 직원의 근무가 끝난 뒤였다. 또 방화 피의자 채아무개(70)씨가 숭례문에 침입했을 때 적외선 감지기에 포착돼, 케이티텔레캅에서 직원이 출동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주목하는 것은 화재 때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이 화재진압 방식을 두고 혼선을 빚은 대목이다. 경찰은 숭례문의 기와를 뜯어내는 방식으로 화재를 진압하기로 결정한 시점과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판제 변호사는 “불을 끄는 과정에서 한쪽은 지붕을 뜯으라고 지시했다고 하고 다른 쪽은 그런 지시를 받지 못했다고 하면, 화재진압 과정에서 어느 기관이건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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