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모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13일 오후 삼성특검팀에 전격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 겸 전략기획실장은 첫번째 소환조사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7시께 검은색 코트를 입고 삼성측 변호인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전격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삼성 의혹의 정점에 있다는 점에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예견됐지만 이날 소환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뤄졌다.
이 부회장은 특히 소환자들이 보통 오전 시간대나 늦어도 오후 2시 이전에 출석해 하루 종일 조사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 오후 7시에 갑작스럽게 특검팀 사무실에 나타났다.
이 부회장이 전격 소환됐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은 취재진 50여명은 부랴부랴 특검 사무실로 나와 건물 입구 앞에서 초조하게 이 부회장을 기다렸다.
이 부회장은 약 4시간이 지난 오후 11시15분께 조사를 마치고 경직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했나", "이번에도 이 부회장이 모든 것을 안고 가실꺼냐", "이제는 털어놓을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등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었지만 이 부회장은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예상보다 빨리 나오게 된 이유에 대해 "소환돼서 왔다"며 특검팀의 출석 요구에 따라 전격적인 소환조사가 이뤄진 것임을 내비쳤고 또다시 나올 것이냐는 질문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부회장은 `국민들 앞에 한마디만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여러모로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앞으로도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삼성 의혹과 관련된 질문에는 수사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약 20여분 동안 포토라인 앞에 서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뒤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귀가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전반적인 의혹 사항에 대해 기초조사했다"며 "여러번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재소환될 것임을 내비쳤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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