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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물신에게 무릎꿇는 우리나라 좋은나라 ?

등록 2008-02-15 14:06

농군은 생명의 눈인 볍씨는 남긴다. 농군은 여기에 자신의 쟁기질을 더해 생명을 싹틔우는 순환의 한 고리를 담당한다. 농군이 배고프다 해서 볍씨까지 먹어버리면 생명의 순환은 끊어진다. 이것은 자연과 사람이 주고받는 생명의 순환이며 변하지 않는 공존의 원리 중의 하나다.

잠시 배고프다고 볍씨까지 먹어버린 어리석은 농군의 처지가 연상되게, 요즘들어 '영혼이 없다'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종교적 의미를 빼면 타율적인 통제를 받는 인간을 일컫거나 자율적으로 선량한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해야 하는 자조의 의미다. 게으른 화가의 푼돈 아쉬운 붓질이 그린 그림처럼 창조적 양심을 잃어버린 우리의 자화상이다.

하긴 그렇다. 지난 대선에서 이성적 질서의 제어장치인 도덕을 송두리채 물신(物神)의 제단에 바치고나서 돈비가 내리기를 고대하고 있으니 자존심이 남아있겠는가. 게다가 물신의 시녀들은 오락가락하며 영혼이 없는 짓을 되풀이하고 있고, 또 글 깨나 읽었다는 이들도 영혼을 바치기 위해 제단 앞으로 구름처럼 몰려가고 있으니, 어찌 영혼인들 건강하겠는가.

민족문화의 영혼이 깃든 숭례문을 BBK 동영상에는 "주어가 없다"며 진리를 팽개치는 바람에 '나라의 영혼'이 분노해 데려갔다고 한다면, 우리네 정서와 생명의 순환 길인 강을 파 운하를 만들면 나라에 망조들지 모른다면 사이비 교주 취급을 받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만 분명하지 않다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그 징조가 예사스럽지 않다.


인간사회에서 구성원은 순환의 한 고리다. 구성원의 상호작용이 순환되어 공동체를 움직이며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이 순환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사회는 물신이 등장해 경제제일주의를 표방하면서부터 다른 순환의 법칙이 교란되어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본가치가 뒤죽박죽되고 말았다. 구성원이 공동체를 사랑해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땅에 존재하는 돌맹이 하나라도 제각기 그 존재가치가 있고 나름대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래야 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각자의 위치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는데, 어찌 충돌과 이탈이 없겠는가. 물신이 지배하는 세상이 평화로우려면 모두 영혼을 바치고 바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혼이 없다고 자조하는가 ?

지금 우리에겐 두 대통령이 있다. 정치 대통령과 경제 대통령이 그것이다. 둘다 인간생태계의 공정한 질서를 교란시키는 것도 모자라 자연생태계의 질서도 교란시키고 있다. 그래놓고 그 책임은 교묘히 회피하고 있다. 지도자의 양심이 이럴진데 사회 구성원들이 제자리 지키기를 바랄 수 있을까. 이래놓고 사회 기강의 해이를 함부로 말한다면 사기꾼이다.

나라는 피할 수 없이 볍씨까지 먹어버리는 농군을 위해 볍씨를 준비해 두었다가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의 볍씨를 훔치거나 남의 집 종이 된다. 나라마져 물신에 빠지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은 물신의 종이될 수 밖에 없다. 나라 전체가 물신에 급격히 종속되고 있는데, 이를 비판하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것이야 말로 영혼이 없는 바보짓이다.

역사는 진리를 그냥 가르쳐 주지 않는다. 배운 진리를 망가뜨리면 그 대가가 혹독하다. 지금 우리가 물신들에게 이 나라의 권력은 주었지만 영혼까지 그 제단에 바치고 나면 나중에 전도된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 한번 더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움직이는 순환의 법칙이 뒤집히면 안된다. 이 공존의 원리가 깨어지는 것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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