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일대일 비밀대화'를 통해 제3자를 비방한 경우에도 명예훼손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A(53.회사원)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06년 2월12일부터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한 여성이 다른 사람의 사주를 받아 한 남성의 사생활을 보고한다는 내용의 소설을 게재했다.
A씨는 이 소설에서 한 여성이 같은 블로그 회원 B(여)씨임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을 썼고, 같은해 5월27일 C씨가 일대일 대화를 통해 `소설 속 여주인공이 누구냐'는 취지로 묻자 B씨의 인터넷 필명을 알려줬다.
A씨는 소설에 `99.5%가 실화'라고 적고, 블로그에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실명을 알고 싶은 사람은 비밀글, 쪽지, 메일을 보내달라. 사진도 송부할 수 있다"고 게시했다.
검찰은 정보통신망을 이용,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B씨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A씨를 기소했으나 1ㆍ2심 재판부는 "일대일 비밀대화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공연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했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충족한다"며 "일대일 비밀대화라는 이유만으로 공연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 됐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C씨가 대화를 하게 된 경위 및 대화 이후 C씨의 태도, 세 사람의 관계 등 제반사정을 심리한 다음 과연 C씨가 피고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지 판단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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