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노숙인 잡도리’…편견의 횡포
방화 등 사회 범죄 발생때마다
경찰·언론 근거없는 ‘마녀사냥’
숭례문 화재와 무관 드러난 뒤도
노숙인들 “검문·욕설 시달렸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면 일단 노숙인이 한 짓이라고 한다.” 숭례문이 불타 없어진 다음날인 지난 11일 서울역 케이티엑스(KTX) 승강장에서 만난 40대 노숙인 김아무개씨는 화가 나 있었다. 김씨는 “무턱대고 노숙인이 범인이라고 추측하는 게 분통 터져 뉴스를 꼭 챙겨본다”고 말했다. 50대 노숙인 김아무개씨도 “왜 증거도 없으면서 일단 우리가 그랬을 거라고 하는 거냐”고 불쾌해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을 계기로, 노숙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쉽게 낙인찍는 우리 사회의 집단심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방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찰은 우선 주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벌였다. 노숙인이 범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언론 보도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채아무개(70)씨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노숙인들의 ‘결백’이 입증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노숙인들이 평소 숭례문에서 취사를 했다는 등 노숙인을 겨냥한 보도가 이어졌다. ‘노숙인 인권과 복지를 실천하는 모임’(노실사)의 이동현 활동가는 “노숙인들은 짐을 가볍게 하기 때문에 직접 취사를 하지 않는 점에 비춰, 이런 보도는 사실 확인이 부족한 것”이라며 “지난 2005년 서울 지하철 7호선 온수역 방화사건 때도 경찰과 언론이 노숙인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결국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노실사가 지난 15일 숭례문 주변 거리 노숙인과 쪽방 거주민 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숭례문 화재사건 뒤 노숙인들은 실제 환경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검문·단속 강화’(40.9%), ‘공원·대합실에서의 단속과 이용 제한’(27.3%), ‘노숙인이라는 손가락질과 범죄자로 보는 것에 대한 불안’(18.2%), ‘시민들로부터 듣는 폭언이나 욕설’(13.6%) 등이 지목됐다. 직장인 홍아무개(31)씨는 “노숙인들에게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고, 간혹 경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사회에 불만을 표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근거 없이 ‘노숙인이 그랬다’고 추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일본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 때문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일본 주류 사회에 퍼져 엄청난 학살이 일어났듯,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때 사회적 약자에게 표적을 돌리는 집단심리는 대부분 사회에 있는 현상”이라며 “근거없이 특정 집단에 마녀사냥식으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얼마나 공식·비공식적으로 통제하느냐가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전종휘 기자 circle@hani.co.kr
경찰·언론 근거없는 ‘마녀사냥’
숭례문 화재와 무관 드러난 뒤도
노숙인들 “검문·욕설 시달렸다” “누가 그랬는지 모르면 일단 노숙인이 한 짓이라고 한다.” 숭례문이 불타 없어진 다음날인 지난 11일 서울역 케이티엑스(KTX) 승강장에서 만난 40대 노숙인 김아무개씨는 화가 나 있었다. 김씨는 “무턱대고 노숙인이 범인이라고 추측하는 게 분통 터져 뉴스를 꼭 챙겨본다”고 말했다. 50대 노숙인 김아무개씨도 “왜 증거도 없으면서 일단 우리가 그랬을 거라고 하는 거냐”고 불쾌해했다. 숭례문 화재 사건을 계기로, 노숙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쉽게 낙인찍는 우리 사회의 집단심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방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찰은 우선 주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벌였다. 노숙인이 범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둔 언론 보도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일 채아무개(70)씨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노숙인들의 ‘결백’이 입증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노숙인들이 평소 숭례문에서 취사를 했다는 등 노숙인을 겨냥한 보도가 이어졌다. ‘노숙인 인권과 복지를 실천하는 모임’(노실사)의 이동현 활동가는 “노숙인들은 짐을 가볍게 하기 때문에 직접 취사를 하지 않는 점에 비춰, 이런 보도는 사실 확인이 부족한 것”이라며 “지난 2005년 서울 지하철 7호선 온수역 방화사건 때도 경찰과 언론이 노숙인을 범인으로 지목했지만 결국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노실사가 지난 15일 숭례문 주변 거리 노숙인과 쪽방 거주민 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숭례문 화재사건 뒤 노숙인들은 실제 환경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검문·단속 강화’(40.9%), ‘공원·대합실에서의 단속과 이용 제한’(27.3%), ‘노숙인이라는 손가락질과 범죄자로 보는 것에 대한 불안’(18.2%), ‘시민들로부터 듣는 폭언이나 욕설’(13.6%) 등이 지목됐다. 직장인 홍아무개(31)씨는 “노숙인들에게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고, 간혹 경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사회에 불만을 표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근거 없이 ‘노숙인이 그랬다’고 추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일본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 때문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생각이 일본 주류 사회에 퍼져 엄청난 학살이 일어났듯,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때 사회적 약자에게 표적을 돌리는 집단심리는 대부분 사회에 있는 현상”이라며 “근거없이 특정 집단에 마녀사냥식으로 손가락질하는 것을 얼마나 공식·비공식적으로 통제하느냐가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전종휘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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