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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동구매로 ‘거품 쏙’ 교복값 10만원↓

등록 2008-02-15 20:07수정 2008-02-15 23:35

시·도별 중·고교 동북 공동구매 현황
시·도별 중·고교 동북 공동구매 현황
동해ㅂ고 등 학부모, 업체 담합·방해 맞서 성사
학교쪽 비협조, “질 나쁘다” 유언비어로 매먹어
“교복이 양복보다 비싸다니 말이 됩니까? 교복값 거품이 심하다는 생각에 공동구매에 나섰는데 업체들 태도가 하도 기가 막혀 ‘오기’가 생겼죠.”

강원 동해시 북평고등학교 교복선정위원을 맡은 학부모 박아무개(45)씨는 지난 5일 중소 교복업체인 ㅇ사와 어렵게 공동구매 계약을 맺었다. ‘예비 고1’ 자녀를 둔 주부 박씨는 “교복 공동구매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동해시에는 ㅇ사, ㅅ사 등 이른바 교복업체 ‘빅4’ 대리점만 있다. 지난달 초 첫번째 공동구매 입찰을 붙였으나 어떤 업체도 나서지 않았다. 두번째 입찰 때는 한 교복업체 사장이 공모에 응하겠다고 했으나 다른 업체들 영향으로 무산됐다. 박씨는 “업체 사장이 ‘입찰에 나서면 지역에서 장사를 못 할 것 같다’면서 포기했다”며 “업체들의 물밑 방해가 심했다”고 했다.

업체들도 괘씸했지만, 북평고 공동구매가 성공하면 ‘우리도 하겠다’는 학교들이 많아 박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다른 지역 교복업체에 전화를 거는 등 1주일 남짓 교복에만 파묻혀 지냈다. 겨우 학부모단체의 도움으로 서울에 있는 중소업체와 14만5천원에 교복 공동구매 계약을 했다. 시중가보다 무려 10만원이나 싼값이다. 신입생 280여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공동구매를 신청했다. 박씨는 “업체들이 스스로 가격 거품을 빼지 않으면 엄마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며 “하복부터는 동해시 모든 학교와 함께 공동구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교복 공동구매에 나서고 있지만, 업체들의 교묘한 방해에다 학교의 비협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겨울 교복을 공동구매한 중·고교 학교는 전체의 15.7%에 그쳤다. 서울은 학교 40.3%가 공동구매를 해 가장 많았지만, 강원(9.7%) 경남(7.1%) 충남(3.4%) 등 지역으로 갈수록 적었다.

경남 창원 봉림중학교도 우여곡절 끝에 23만∼25만원 하는 교복을 10만원 가량 싸게 공동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배경희(46) 봉림중 교복추진위원장은 “지난해 처음 공동구매를 추진했는데,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학부모를 상대로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공동구매 교복의 질이 나쁠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져 애먹었다”고 했다. 학교 쪽 태도도 불만스러웠다. 배 위원장은 “안내문 발송, 입찰 장소 대여 등 학교가 협조를 해 주지 않아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학생·학부모들이 공동구매한 교복에 만족하면서 올해는 한결 수월하게 공동구매에 성공했다고 했다.

이희정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사무처장은 “교복 공동구매는 교복을 싸게 사는 것을 넘어 교복 시장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업체들의 횡포를 막아 교복 시장을 정상화한다는 뜻이 있다”며 “일선 학교에서 공동구매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은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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