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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불에 탄 숭례문 현장’ 가보니…참담한 폐허속 ‘복구 희망’

등록 2008-02-15 21:28수정 2008-02-15 23:45

안휘준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숭례문 화재현장을 둘러보던 중 1층 누각에서 문화재청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안휘준 문화재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14일 오후 서울 숭례문 화재현장을 둘러보던 중 1층 누각에서 문화재청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홍예문 천장화 등 보존돼
참담한 폐허속 ‘복구 희망’
가까이에서 본 숭례문은 처참했다.14일 오후 5시, 〈한겨레〉 기자가 안휘준 문화재위원회 위원장 일행을 따라 숭례문 화재 현장을 처음으로 훑어봤다. 수사와 현장 보존을 위해 출입을 통제해오던 곳이었다.

뒤쪽 문 근처 3m 두께 잔해더미

안 위원장과 기자는 안전모를 쓰고 바깥부터 살폈다.

남쪽 전면은 이미 수습이 끝났고, 잔해들은 종류별로, ‘부상’ 정도에 따라 정리돼 있었다. 멀쩡한 기와는 따로 모아뒀고, 깨진 기와와 지붕에서 흘러내린 흙은 입구 왼쪽에 쌓여 있었다. 기와는 대부분 현대 제품이지만 조선시대 것으로 보이는 것도 섞여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와는 1961~62년 보수공사 때 일괄 교체했다. 특히 암수막새와 이형태, 또는 문양이 있는 옛 기와들은 당시 대부분 수습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숭례문 화재 4일 후, 참담한 폐허속 ‘복구 희망’

[%%TAGSTORY1%%]


외곽에서 숭례문으로 다가갔다. 육축(돌 구조물)은 맨눈으로 보아 의연했다. 그을린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소방차가 뿌린 물 자국만 선명했다. 2층에서 쏟아져 흘러내리다 멈춘 기와가 1층 처마 끝에 안타깝게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홍예문 안쪽으로 들어가니, 천만다행으로 천장그림이 완벽하게 남아 있었다. 신음의 행진 속에서 처음으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문 뒤쪽은 아직 폐허 그대로였다. 남쪽과 달리 1층 지붕까지 무너져 내린 탓에 기와밑 흙과 나무피죽이 뒤범벅돼, 잔해가 3미터 정도로 쌓였다. 대형 크레인이 그 틈을 비집고 틀어앉아 커다란 목재들을 긴급히 수습한 상태였다. 목재를 흙과 뒤섞인 채로 두면 습기를 먹어 재활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육축 왼쪽 40도 기울기의 돌계단을 통해 1층 문루에 올랐다. 난장판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기둥과 공포가 상당 부분 보존돼 있다. 하지만 물을 뒤집어쓴 탓인지 냉기가 전해졌다. 문루 한가운데는 2층에서 쏟아져 내린 잔해가 난간까지 쌓였다. 고개를 드니 시퍼런 하늘이 보였다. 위쪽으로 빼올려 2층까지 지탱했을 주기둥의 위쪽 끝은 불에 타 시커먼 숯덩이를 달고 있었다. 남쪽 지붕은 일부 기울었지만 상대적으로 형태가 많이 남아 있었다. 동쪽 끝 일부만 기와와 석회흙, 피죽이 흘러내려 뻐끔하게 하늘이 보였다. 북쪽 서까래는 서쪽 일부만 남아 기울어진 채 위태롭게 걸려 있을 뿐 동쪽 부분은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불이 동쪽에서 시작됐음을 알 수 있었다.

1층 부재 80% 가량 재활용 가능

안 위원장은 참담한 모습 때문인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시선도 종종 돌렸다. 그러나 현장을 세세히 살펴본 결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김상구 문화재청 건축문화재과장은 “2층이 무너지는 충격으로 접합부가 일부 일그러졌지만 1층 부재의 80% 가량이 보존돼 상당부분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전문가 자문을 거쳐 부재별로 해체·점검 절차를 거친 다음 원위치에 사용할 것과 탄 부분을 잘라내거나 깎아내 재활용할 부분으로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점에서 앞으로 있을 숭례문 재건은 ‘복원’이 아니라 ‘복구’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참담하다. 하지만 막상 둘러보니 꽤 많이 보존돼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번 기회에 문화재 전반에 대한 총체적인 재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화재현장을 모두 돌아본 뒤에야 안 위원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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