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영(57) 전 〈뉴스데스크〉 앵커가 15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를 거쳐 〈문화방송〉 차기 사장 내정자로 선임됐다.
방문진 이사 9명은 이날 엄 전 앵커와 구영회 삼척문화방송 사장, 신종인 부사장 등 예비후보 3명을 상대로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을 거친 뒤 투표를 통해 엄 전 앵커를 최종적으로 사장 후보에 내정했다. 엄 전 앵커는 1차 투표에서 이사 9명 가운데 과반수를 얻었다.
이번 선임의 가장 큰 쟁점은 문화방송 민영화 문제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쪽이 공공연히 문화방송 민영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방송 노동조합은 민영화를 반대한다.
이에 대해 세 후보 모두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엄 내정자의 의지가 좀더 두드러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개혁 성향이 강한 방문진 이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으로 풀이된다. 방문진 이사진은 이사장인 이옥경 전 <내일신문> 편집국장을 비롯해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차병직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김정란 상지대 교수 등 진보·개혁적 인사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문진 이사는 “세 후보 중 누가 더 개혁적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방송 공익성 측면에선 어느 후보보다 엄 내정자의 의지가 강했다”고 밝혔다.
엄 내정자는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공영방송은 문화방송의 생존 이유이자 생존 논리다. 방송은 태생적으로 공영이며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이상적인 체제”라고 강조했다.
그의 선임 배경에는 13년 동안 간판뉴스 앵커로 쌓은 대외적 이미지도 많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방송의 ‘얼굴’로서 문화방송의 현안을 국민에게 설명하거나 때로 정치권력과 대립하더라도 이런 긍정적 이미지가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이야기다. 사원들을 두루 원만하게 이끄는 데도 그가 낫다고 판단됐다고 한다. 한 방문진 이사는 “무난한 인물을 선택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엄 내정자는 오는 29일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확정되면 다음달 초 임원 인사를 한다. 엄 내정자는 “사내에서 신망이 높고 결단력 있는 사람을 뽑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향후 경영계획과 관련해 “최문순 사장 때부터 진행하던 지방 문화방송 광역화와 공영성 높은 프로그램 보강 등 공영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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