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조준웅 특별검사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조준웅 특검 단독 결정…‘환담 불과’ 내부서도 불만
일부선 “수사방해땐 이건희 회장 소환 뜻 전달한듯”
일부선 “수사방해땐 이건희 회장 소환 뜻 전달한듯”
삼성 특별검사팀이 지난 14일 이학수(62)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을 소환 조사한 것을 두고 특검 안팎에서 만남의 형식과 내용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권 승계, 불법 비자금 조성, 불법 로비 등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 부회장을 조준웅 특검이 수사팀과 협의 없이 단독으로 소환을 결정해 부른 뒤 피의자 조서도 받지 않고 돌려보냈을 뿐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자에게 수사 협조까지 요청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애초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주요 혐의를 확인한 뒤에 부를 작정이었다. 하지만 조 특검이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를 전격적으로 결정해, 특검팀 안에서도 이 부회장의 소환 사실이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핵심 피의자인 이 부회장은 주요 혐의를 확인한 뒤에 마지막 형사처벌 단계에서 부르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라며 “수사팀도 알지 못한 채 소환 조사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부회장을 조사할 때 비자금 조성 등의 수사를 맡은 파견 검사들은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조 특검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이 부회장을 먼저 만났고, 나중에 윤정석, 조대환, 제갈복성 등 변호사 출신 특검보들만 배석했다. 윤정석 특검보는 “조서 작성은 안했지만, 이 부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기초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특검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조사라기보다 ‘환담’을 나눈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특검팀 안에서도 나온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특검팀 관계자는 “불렀다면 조서를 받는게 원칙일 것”이라며 “수사를 방해하는 삼성에 경고하는 차원이라면 이학수 부회장보다 차라리 이건희 회장을 불러 담판을 짓는게 낫다”고 말했다.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도 “형사처벌 대상자를 독대하면서 경고를 한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라며 “수사 원칙에 어긋나는 만남으로 자칫 수사를 두고 삼성과 협상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 다른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를 하면서 강공책을 펼지, 유화책을 펼지, 그도 아니면 병행할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삼성 쪽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며 “이 부회장을 부른 것은 삼성 쪽 대응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이 수사를 방해하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도 전격 소환 조사할 뜻을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 수사를 두고 오해를 받을 만한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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