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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나도 모르게 입영일이 바뀌었다

등록 2008-02-17 21:13

나도 모르게 입영일이 바뀌었다
나도 모르게 입영일이 바뀌었다
병무청 홈페이지 ‘군입대일 선택’ 관리 허술
주민번호 알면 쉽게 변경
가족들이 몰래 바꿔놓기도
병무청 “어찌할 방법 없다”

군 입대를 앞둔 대학생 노아무개(22)씨는 지난해 12월 병무청 누리집의 ‘입영일자 본인선택’란에 입영날짜를 올해 6월로 등록했다. 병무청은 2002년부터 누리집에서 입영날짜와 장소를 스스로 고르는 ‘입영일자·부대 본인선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본인 확인을 하며, 한차례 등록한 사항은 입영일 60일 전까지 스스로 취소하거나 재등록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그러나 지난 13일 다시 병무청 누리집을 방문한 노씨는 입영날짜가 12월로 바뀐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부랴부랴 취소하고 다시 등록했으나, 원래 희망했던 6월에는 입영 가능 날짜가 없어 7월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 시기가 맞지 않아 군 휴학도 일반 휴학으로 바꿔야 했다.

어찌된 일인지 묻는 노씨에게 병무청 민원실은 “1월28일 본인이 입영일자를 변경한 것으로 돼 있다”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는 누군가 바꿔놓았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노씨가 “그러면 앞으로 내 입영일자는 바꾸지 못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병무청은 “어찌해볼 방법이 없다. 사이버수사대에 고소하라”고 말할 뿐이었다. 노씨는 “군대 갈 때까지 계속 인터넷만 들여다 보고 있을 순 없지 않으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병무청이 ‘입영일자·부대 본인선택제도’를 운영하면서 본인 확인 절차를 강화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다.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땐 은행에서 사용하는 공인인증절차가 있었으나, 미성년자들이 사용하기 불편하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석달 만에 폐지됐다.

이에 따라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는 가족이나 제3자의 날짜 조작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군대에 가게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부모가 마음대로 자녀의 입영을 신청해 가족끼리 소송을 벌이는 일도 있다. 2005년 1월 대학생 2명은 “본인 동의도 없이 부모 등 다른 사람이 인터넷으로 입영신청을 할 수 있어,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병무청에 필요한 조처를 하라고 권고했으나 병무청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고 있다.

병무청 현역입영팀의 한석희 사무관은 “가족들이 병역정보를 바꿨다는 등의 민원이 1년에 수십여건 들어온다”며 “하지만 노씨의 경우는 극소수에 해당하기 때문에 당장 시스템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 정책홍보팀의 전재천 담당은 “일차적으로 개인정보를 공개하거나 유출한 것이 잘못”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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