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신세계 회장
특검 “50개 차명계좌서 빠져나가”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최근 계좌추적을 통해 삼성 임원 명의 차명 의심 계좌에서 거액이 빠져나가 이명희(65) 신세계 회장의 계좌로 흘러간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특검팀은 삼성 전현직 임원의 계좌를 추적하다, 50여개 차명의심계좌에서 300억원 정도가 이명희 회장 이름의 하나의 계좌로 빠져나간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특검팀 관계자는 “이 돈이 특검 수사 대상인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특검팀의 수사 과정에서 자금 이동이 확인됐다면, 선대 이병철 회장의 개인 재산을 넘겨받으면서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받은 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명희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63)씨와 함께, 비자금으로 값비싼 그림을 구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특검팀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삼성증권에 만들어진 차명 의심 계좌에 대한 포괄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에 나섰다. 이 영장은 삼성 임직원 2453명의 계좌추적 영장과는 다른 것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 주식만 사고 팔았거나, 잔금을 한푼도 남기지 않고 빼내간 계좌 등 삼성증권에 1997년 이후 만들어진 차명 의심 계좌로 보이는 모든 계좌에 대한 영장을 청구해 새로 발부받았다”며 “이번 계좌추적 작업을 마치면 차명계좌를 통해 관리된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전체 액수가 예상보다 늘어나 1조원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도 삼성증권 수서 전산센터에 대한 계좌 추적을 계속했다.
특검팀은 이에 앞서 16일 배동만(64)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을 이(e)삼성 주식 매입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배 사장은 이삼성 주식매입 사건 당시 제일기획의 대표이사로, 이재용 전무 보유 이삼성 주식을 사줘 참여연대한테 고발당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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