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12월 경북 예천면사무소 부근을 주행하던 중 노상에서 매연단속원처럼 정비복을 입은 사람들의 정지 신호를 보고 차를 세웠다. 이들은 A씨의 차를 세운 후 매연검사를 하더니 매연이 심해 단속에 걸린다며 특별홍보용으로 나온 연료절감기를 공짜로 장착해주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나 연료절감기 장착 후 대금 88만8천원을 요구했고 A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탈착이 안된다고 말하면서 대신 무료통화권을 주겠다고 설득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연료절감기를 장착한 A씨는 그러나 추후 기기를 측정해본 결과 연료절감 효과는 전혀 없으며 제공받은 무료통화권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이 올라가면서 유류비를 아끼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연료절감기 무료 장착 관련 상술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매달 10건 미만이었던 연료절감기 관련 소비자 피해상담은 9월 12건, 10월 18건, 11월 15건, 12월 6건에 이어 올해 1월에는 19건이 접수되는 등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료절감기 관련 소비자 피해상담 건수는 2004년 167건에서 2005년 389건으로 급증했다가 2006년 185건, 2007년 92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전체 피해의 53% 가량이 9월 이후 발생하는 등 기름값이 본격적으로 뛰어오르기 시작한 하반기부터 관련 상술이 다시 본격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연료절감기 판매자들은 노상이나 주차장 등에서 매연단속반인 것처럼 차를 세워 매연이 심하다고 접근하거나 자동차 회사의 차량무상점검 또는 환경청 직원 등을 사칭하면서 기기를 장착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접수된 연료절감기 관련 피해 116건을 판매방법별로 보면 방문판매가 53건(45.7%), 노상판매가 39건(33.6%) 등으로 총 79.3%가 방문판매원의 상술에 의한 충동구매 계약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기기 장착이 무료라고 설명하지만 일단 장착한 뒤에는 탈착이 불가능하다며 대금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기기의 연료절감 효과가 없어 해약을 요구하면 무시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면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노상에서나 직장을 방문해 무상 차량점검을 해준다는 경우 대부분 자동차회사와 상관이 없으며, 자동차회사는 무상관리 명목으로 비용을 청구하거나 물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면서 "정비복장을 착용하거나 매연단속반원인 것처럼 가장한 사람들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비자원은 이어 "연료절감기 제품을 사려는 경우 공인 시험검사기관에서 효과가 입증된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제품 구입 후 14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이를 거절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할 경우 소비자상담기관에 상담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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