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사진 화살표 : 위 안의 칫솔, 아래 사진 : 꺼낸 칫솔. 출처:Internet journal of H&N surgery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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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 면도기, 수저, 대못을 삼키고 오는 재소자들 여러 종류의 특이한 경우가 있지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칫솔이나 면도기, 수저, 젓가락, 대못 등을 통채로 삼키고 오는 분들입니다. 언론에도 소개된 적이 몇번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이 분들이 정신병이 있어서 먹는 것으로 이해 하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반복적으로 '사고 치고 오시는 분'들을 보다 보니, 저의 오해를 알게되었습니다. 이런 목숨을 걸고 하는 무지막지한 짓에는 '2가지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교도소 내의 자신의 권위 세우려는 과시형. '프리즌 브레이크', '조폭영화' 로 알려져 있 듯, 내부의 아주 강력한 위계질서가 있습니다. 그리고, 교정기관에 저항하는 알력도 있고요. 어떤 패거리의 우두머리나 방장을 하는 재소자의 경우, 자신의 요구를 교도소에서 들어주지 않으면 권위에 큰 손상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목숨까지 건 칫솔 삼키기로 교도소를 발칵 뒤집는 거죠. 수술까지 하면 보름 이상의 기간을 24시간 교도관이 병실을 지키고, 교도관들은 비상과 늘어난 근무로 집에도 못가고, 각종 보고와 문책을 받을 수 있다는 군요. 군대에서 고문관이 사고치면, 다들 고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랍니다. 다음에는 귀챦아서라도 그 사람이 해달라는 대로 들어준다는 것이죠. 둘째, 세상구경하고 싶어 감행하는 소박한 소망형. 대부분 무기형이나 수십년의 형을 받고 오랜 세월을 복역한 분들의 경우 입니다. 대부분 내성적인 분들로서 교도소에서도 조용히 생활하신다고 합니다. 이런 분들은 어짜피 교도소 담장과 하늘만 보다 죽을 날을 기다리다 지쳐, 잠깐이라도 바깥 세상을 보고 싶어서 이런 답니다. -반복적 수술로 사망하기도 합니다. 삼킨 이유가 다르듯, 의료진이나 교도관을 대하는 태도도 전혀 다릅니다. 전자의 분들은 눈빛부터 무섭습니다. 욕을 마구 하고, 포승이 조금만 풀려도 난동을 부립니다. 교도관, 너희들 때문에 먹은 것이니,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것이죠. 의사들도 '똑바로 안하면 죽어.'라며 겁을 잔뜩 줍니다. 재미있는 것은 막상 내시경으로 제거하려고 하면, 갑자기 '슈렉의 고양이눈'을 하며 안아프게 해달라고 울먹입니다. 잠깐 귀여워 보이기도 합니다. ^^ 후자의 분들은 정말 조용합니다.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그냥 죽게 두라며 내시경도 거부합니다. 그냥 배를 열고, 수술을 해달라기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오래 병원이란 바깥세상에서 사람구경을 하고 싶다는 것이겠죠. 교도관과 우리에게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같이 무거워 지더군요. 간혹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면도칼이나 대못을 먹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년에 걸쳐 6번이나 반복적으로 수술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분은 6번째 수술 후 회복이 안되어 죽었습니다. 남아있는 장이 별로 없으니 사람이 살 수가 없죠. -나의 가족과 이웃은 교도소에 갈 리 없다? 이상은 제가 간혹 만난 교도소 제소자들을 에피소드일 뿐, 평소에는 청주에 교도소가 있다는 것도 잊고 삽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교도소에 가는 사람은 아주 특수한 경우라고 착각을 하고 살아갑니다. 재소자들은 누구죠? 그들은 대부분 평범한 우리 이웃이었고, 다시 이웃이 될 사람들입니다. 교통사고를 내어,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또는 한 순간의 감정을 참지 못하여...... 감옥에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또는 정치/사상의 자유, 종교/양심의 자유를 위하여 많은 이들이 갇힌 곳이기도 하며, 완전할 수 없는 사법제도의 희생자인 무죄인 사람도 있기 마련입니다. 감옥은 단지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곳이 아닌, 다시 사회로 돌아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준비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사회는 사회 전체가 감옥처럼 변해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재소자도 사회구성원으로서 누려야 할 인권은 가능한 존중 받아야 하며, 우리에게는 보호해 줄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신영복의 동양고전 독법 '강의' 중 논어의 해설을 링크로 오늘 글은 정리하겠습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방법을 구하여 보고, 이어서 쓰겠습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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