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인 숭례제’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 열려 숭례문의 한을 풀고 천도를 바라는 ‘도살풀이’가 펼쳐지고 있다. 숭례제는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숭례문 사랑 모임’ 주최로 열렸으며, 마지막날인 20일에는 강강술래 춤을 추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인화물질 반입금지등 시행 안해
소방당국, 100분 뒤에야 도면 확보
소방당국, 100분 뒤에야 도면 확보
문화재청이 1년 전에 문화재에 대한 ‘묻지마 방화’가 늘어난다며 관련 대책까지 마련했으나 실행은 전혀 안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소방당국이 숭례문 실측 도면을 화재 발생 1시간40분 뒤에야 확보하는 등 화재 당시 관련 기관들이 늑장 대처한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년 전 ‘묻지마 방화’ 대책=문화재청은 숭례문 방화 피의자인 채아무개(70)씨가 지난 2006년 4월 저지른 창경궁 방화 1주년을 맞아 문화재 방화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도, 손을 놓고 있다가 1년 뒤 다시 채씨의 방화로 숭례문을 잃고 말았다.
18일 문화재청이 지난해 만든 ‘창경궁 문정전 방화 1주년으로 본 문화재 훼손 사례의 시사점과 대책’ 문건을 보면, △‘묻지마 방화’ 등이 사회병리적인 현상으로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층이나 문화재 편견에 사로잡힌 시민들이 범행을 저지르고 △우발적 범행은 다중에 노출된 문화재를 범죄 대상화해 사회 불만에 대한 정당성과 억울함을 강조하려는 경향이 짙다는 등 이번 숭례문 방화 사건에도 적용할 만한 분석을 담고 있다.
대책으로는 △범죄예상 문화재 리스트 확보 뒤 특별관리 △사적지 및 문화재 지역에 음주자 출입 및 흡연행위, 인화물질 반입 금지 규정 마련 △문화재 훼손 모방범죄에 대한 홍보와 계도활동 강화 등이 나열돼 있다.
그러나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후 문화재 훼손을 막기 위한 홍보나 범죄예상 문화재 리스트 작성 등의 활동은 없었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3월 안전과를 새로 만들었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 안전과 관계자는 “강원 양양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재 보존에 대해 용역 보고서 등이 나왔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실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화재현장 늑장 대처=서울소방재난본부가 밝힌 ‘숭례문 화재현장 시간대별 조치사항’을 보면,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40분이 넘은 10일 저녁 9시37분에야 숭례문 도면 입수를 지시하고 신고 접수로부터 100분이 지난 밤 10시30분에야 실측도면을 확보했다.
반면, 서울 중구청 강맹훈 도시관리국장은 “저녁 9시30분께 도면을 갖다줬고 9시38분께 소방지휘본부 차량에 들어가보니 그 도면이 있었다”고 말해, 양쪽의 주장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또 진화 과정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숭례문이 손상돼도 상관없이 진화만 해달라”, “불길이 계속 번질 것 같으면 그때 파괴하라” 등 엇갈린 반응을 보여 진압에 혼선을 가져왔다.
김영수 남대문경찰서장은 “관련 기관들의 과실 여부가 드러날 경우 법규를 검토해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밝힌 시간대별 세부상황
김영수 남대문경찰서장은 “관련 기관들의 과실 여부가 드러날 경우 법규를 검토해 형사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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