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엘지전자 정국정씨 소송’ 원고 일부승소 판결
“왕따메일로 고립…구자홍 회장등 2천만원 지급하라”
“왕따메일로 고립…구자홍 회장등 2천만원 지급하라”
내부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한 직원에 대해 법원이 회사 쪽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2단독 이태수 판사는 19일 엘지전자에 근무하던 정국정(45)씨가 2006년 회사의 집단 따돌림과 해고로 인한 우울증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회사와 구자홍(62)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구 회장 등은 정씨에게 2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들은 정씨를 따돌리는 내용의 이메일을 다른 직원에게 보내 정씨가 다른 직원들과 함께 근무할 수 없도록 고립시켰다”며 “구 회장이나 박아무개 부장 역시 집단 따돌림 등 불법행위와 그 문제점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거나 방치하여 주의 의무를 게을리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홍아무개 실장과 이아무개 팀장은 정씨에게 퇴직을 종용하고 정씨가 이를 거절하자 근무지를 변경하거나 책상, 컴퓨터 등을 빼앗아 근무 여건을 박탈했다”며 “회사가 이 팀장과 김아무개 사원을 통해 정씨를 고소하고 위증하게 한 것을 봐도 집단 따돌림이 단순히 개인적이고 우발적인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1996년 본사와 하청업체 사이의 비리 의혹을 회사에 고발했다가 회사와 동료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고 2000년 2월 업무수행 거부, 직무 태만 등의 이유로 해고당했다.(<한겨레> 2007년 9월5일치 10면) 회사는 그해 7월 “‘왕따 메일’을 위조했다”며 오히려 정씨를 검찰에 고소했지만 정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구 회장의 혐의를 둘러싼 정씨와 검찰의 오랜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정씨는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전 동료 김아무개씨를 고소했지만 서울남부지검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정씨의 항고와 서울고검의 직권 기소 끝에 김씨는 위증죄가 인정돼 징역 6월형을 선고받았지만, 검찰은 구 회장은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했다. 정씨는 2003년 10월 구 회장을 다시 무고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의 불기소→항고→고검의 재기수사 명령→무혐의 결정으로 이어졌다. 2005년, 2007년 무고 교사 등 혐의로 또다시 구 회장을 고소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정씨는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더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가진 자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검찰이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말 서울고검이 항고를 기각하자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고,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낸 상태다. 19일 열린 국가배상소송 결심공판에서 검찰 쪽은 “구 회장 소환 여부는 검사의 고유 권한이며 수사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가배상소송은 다음달 11일 선고공판이 열린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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