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 외 진료만 제공케 ‘당연지정제’ 완화
시민단체 “의료이용 불평등 심화” 반대 목소리
시민단체 “의료이용 불평등 심화” 반대 목소리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되는 병·의원을 설립할 수 있는 방안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등의 말을 종합하면, 인수위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완화해 성형이나 피부 미용 등 여러 건강보험 적용 외 의료서비스만 제공하는 병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모든 병·의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건강보험에 가입된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제도가 완화되면 건강보험과 계약을 하지 않는 병원은 경제적 수익이 큰 환자만 골라 받을 수 있다. 또 해당 병원과 계약을 맺은 민간보험 가입자만 진료할 수 있어, 이 병원을 이용하려는 소비자들은 이중으로 보험을 가입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그동안 당연지정제의 완화를 요구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해 대선 기간에 이명박 당선인 등 대선 후보들에게 건강보험과 관련된 질의서를 보내 “건강보험은 꼭 필요한 의료행위만을 대상으로 하고, 필수가 아니면서 건강보험 적용 외 진료는 시장에 맡길 수 있도록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선택계약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의사협회는 1998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당연지정제가 영업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으나, 2002년 합헌으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경제적 이익 추구보다 환자 진료를 우선으로 생각할 수 있는 비영리 의료기관이 충분히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당연지정제가 완화되면 상당수 병원들이 돈이 되지 않는 건강보험 환자를 거부해 의료이용의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는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중소규모 병원이 대규모 보험회사와 결탁해 의료서비스 상업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며 “동시에 의사단체가 건강보험과의 진료 가격 계약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게 돼 진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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