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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8년만에 또 불…스프링클러조차 없는 중앙청사

등록 2008-02-21 20:58

불이 나 유리가 깨지고 연기로 벽이 검게 그을린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5층 국무조정실 화재 현장에서 21일 오전 화재 감식반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불이 나 유리가 깨지고 연기로 벽이 검게 그을린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5층 국무조정실 화재 현장에서 21일 오전 화재 감식반이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99년 통일부 화재때 소방시설 재구축 ‘공염불’
“건물구조상 설치 어렵다” 사실상 화재 무방비
21일 새벽 발생한 정부중앙청사 화재는 안전 불감증을 잘 보여준다. 정부는 1999년 7월 이곳에서 화재가 났으나 그동안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방치했다가 8년여 만에 또다시 화를 불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특별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 정부도 안전불감증=현재 청사에는 소화전, 옥내 소화기, 화재감지기, 경보장치가 등과 1층 일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최양식 행정자치부 제1차관은 21일 “방호원 등이 소화기로 진화를 시도한 뒤 119에 신고를 하는 등 초동대처는 제대로 됐다”며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 차관은 이어, “1970년 청사 완공 당시에는 소방법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조항이 없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면 건물 구조상 사무실 전체를 비우고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하기 전에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현재는 화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앙청사는 99년 7월11일 4층 통일부 사무실에서 선풍기 과열로 불이 나, 사무실 하나를 태웠다. 당시에는 화재경보기도 오작동이 잦다는 이유로 꺼져 있었다.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는 청사 소방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을 지시했고, 정부는 소방시설과 화재 예방 체제를 전면적으로 재구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9년 만에 비슷한 화재가 되풀이됐다.

정부는 전자결재시스템 도입으로 중요 문서들은 서버에 보관하고 있어 큰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불기운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녹일 정도는 아니어서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업 중에 개인적으로 피시에 저장한 문서들은 복구가 힘들 수 있다.

■ 방화 가능성은 낮아=이날 화재는 새벽 0시30분께 청사 5층 504호 국무조정실 총무팀에서 발생해 504호와 옆 사무실 503호를 태우고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불이 나자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은 재빨리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화재 원인은 누전이나 전열기구 과열 탓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방서, 전기안전공사 등 합동 감식팀은 불이 난 5층에서 정밀 감식을 벌인 뒤 잔해물 6상자를 수거했으며, 국과수 감정을 통해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화재 이후 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해 전원을 끊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누전이 발생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정부중앙청사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 있어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용이 금지된 개인 온풍기 등을 쓰는 사례가 많아 전열기구 과열이 원인일 수도 있다. 불이 난 503호, 504호에는 26명이 근무해, 비슷한 크기의 사무실보다 근무 인원이 16명이나 많다. 야근 때는 공무원들이 개인적으로 전열기를 사용하고 있다.

김학준 노현웅 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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