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토머스
“모국어 사용금지는 학생들 진정한 배움 방해”
“콩글리시가 코리아의 미래…실정맞게 운영을”
“콩글리시가 코리아의 미래…실정맞게 운영을”
한국에서 4년 넘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캐나다 출신 원어민 영어 강사가 “외국어 수업 시간에 모국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학생들의 진정한 배움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차기 정부의 ‘영어 수업을 영어로만 하기’ 전면화 정책을 비판했다.
제이슨 토머스는 21일 전국국어교사모임·전국영어교사모임이 연 ‘새 정부 영어교육 정책의 진단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서 “영어 수업 시간에 한국어의 구실은 매우 중요하다”며 “학생들의 영어에 대한 중압감을 덜어줄 수 있고, 실용적인 면에서도 영어를 배우는 ‘중간 언어’로서 한국어는 마땅히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머스는 2004년 한국에 와 중·고교에서 4년 동안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를 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외국어교육연수원에서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을 상대로 영어 교수기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모국어가 외국어 수업에서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는 언어 학습 전문가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며 “요즘 ‘영어로만 하는 영어 수업’ 이론의 방향은 학교 현장의 실정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는 이날 ‘콩글리시가 코리아의 미래다’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나오는 pansori(판소리), ondol(온돌), kimchi(김치) 등과 같은 콩글리시는 한국어가 영어의 어휘를 더 풍성하게 한 것”이라며 “영어로만 하는 영어 수업이 강조되면 한국말이 배제돼, 한국의 여러 문화적 재산들은 영어로 번역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영어 교사, 언어학자 등은 “영어의 기능만 강조한 차기 정부 영어교육 정책이 사회에 끼칠 부작용이 크다”며 “그런데도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태세여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영어 열풍 속에는 국민의 정체성, 경제, 사회, 민족, 교육의 문제가 녹아들어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충분히 검토한 뒤 해결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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