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압수수색 대비 증거인멸 의혹
직원 수십명 한밤중 ‘긴급소집’…주위 살피며 상자 이동
“여차하면 검찰청 가버릴까” 나누기도…분산 보관한 듯 21일 새벽 1시10분께, 병실의 불이 꺼지고 적막함이 감도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환자 가족들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조용한 1층과 달리 본관 2층은 대낮같이 불을 밝힌 채 분주했다. 이 병원 행정지원실과 정보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층이다. 자정이 한참 지난 시각이었지만, 직원 수십명이 2층 복도를 오가며 노끈으로 묶은 서류뭉치와 서류를 가득 담은 상자 등을 20여차례에 걸쳐 본관 응급실 옆 현관 바깥으로 옮겼다. 짐들은 현관 앞에 주차된 스타렉스와 에스엠5, 아반떼 등 직원 소유로 보이는 차량에 옮겨졌다. 컴퓨터 본체 1대도 사무실에서 나와 차량에 실렸다. 직원들은 서류뭉치를 들고 나올 때마다 조심스레 주위를 살폈다. 가끔씩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와 보호자들이 근처로 접근하면 “차에 무슨 빵을 그렇게 많이 실어?”, “내일 오후에 의료봉사 나가잖아” 등의 농담기 섞인 대화를 나누며 의심을 피하려 했다. 무전기를 든 보안 직원들이 현관 주변을 서성이며 방문객들을 감시했다. 잠시 손을 멈춘 직원들이 담배를 입에 문 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난 집에 방금 들어갔는데 또 나오래서 짜증나 죽는 줄 알았어” “밥은 챙겨 먹었어?” “별것도 없는데, 왜 이런 거 하는지 몰라” 등의 얘깃소리가 들려왔다. “원무과는 안 해도 된단다. 지금 처음 모였던 곳으로 오래”, “그쪽 피시는 다 했어?”, “그쪽은 다 지웠어?” 등의 얘기가 이어지더니, 한 직원이 한밤중에 갑자기 불려나온 상황이 짜증스러운 듯 “여차하면 이 차를 몰고 바로 검찰청으로 가버릴까 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짐을 옮기는 직원의 절반 가량은 일상복 차림이었지만, 나머지는 양복 차림이었다. 전날 밤 11시께 삼성서울병원에 내려준 손님한테서 ‘오늘 밤에 출근 복장으로 병원으로 나오라고 한다’는 대화 내용을 우연히 들었다는 택시기사 이아무개씨의 증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양복을 입고 짐을 나르던 한 직원은 동료에게 “우리, 내일은 점심 먹고 퇴근하는 거야?”라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전날 밤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업은 이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3시30분께 트렁크와 뒷자리에 서류를 가득 실은 차량이 본관 뒤 주차장으로 옮겨졌으며 5시10분께에는 한 여직원이 서류철 3개를 들고 택시에 탄 채 어디론가 떠나기도 했다. 각종 서류가 여러 장소로 분산돼 보관될 것임을 내비치는 대목이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직원들 여럿이 ‘삼성 의료비’라고 적힌 서류 등을 1. 정도 높이로 쌓아 대형 운반기에 실은 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2층 주차장 옆 창고 안으로 옮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병원 서동면 홍보팀장은 “지하 2층 창고는 평소 전표를 보관해 오던 경리창고로, 연말정산이 끝나 관련 서류를 옮긴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현웅 기자, 은지희 영상미디어팀 피디 golok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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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수십명 한밤중 ‘긴급소집’…주위 살피며 상자 이동
“여차하면 검찰청 가버릴까” 나누기도…분산 보관한 듯 21일 새벽 1시10분께, 병실의 불이 꺼지고 적막함이 감도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환자 가족들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조용한 1층과 달리 본관 2층은 대낮같이 불을 밝힌 채 분주했다. 이 병원 행정지원실과 정보지원실이 입주해 있는 층이다. 자정이 한참 지난 시각이었지만, 직원 수십명이 2층 복도를 오가며 노끈으로 묶은 서류뭉치와 서류를 가득 담은 상자 등을 20여차례에 걸쳐 본관 응급실 옆 현관 바깥으로 옮겼다. 짐들은 현관 앞에 주차된 스타렉스와 에스엠5, 아반떼 등 직원 소유로 보이는 차량에 옮겨졌다. 컴퓨터 본체 1대도 사무실에서 나와 차량에 실렸다. 직원들은 서류뭉치를 들고 나올 때마다 조심스레 주위를 살폈다. 가끔씩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와 보호자들이 근처로 접근하면 “차에 무슨 빵을 그렇게 많이 실어?”, “내일 오후에 의료봉사 나가잖아” 등의 농담기 섞인 대화를 나누며 의심을 피하려 했다. 무전기를 든 보안 직원들이 현관 주변을 서성이며 방문객들을 감시했다. 잠시 손을 멈춘 직원들이 담배를 입에 문 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난 집에 방금 들어갔는데 또 나오래서 짜증나 죽는 줄 알았어” “밥은 챙겨 먹었어?” “별것도 없는데, 왜 이런 거 하는지 몰라” 등의 얘깃소리가 들려왔다. “원무과는 안 해도 된단다. 지금 처음 모였던 곳으로 오래”, “그쪽 피시는 다 했어?”, “그쪽은 다 지웠어?” 등의 얘기가 이어지더니, 한 직원이 한밤중에 갑자기 불려나온 상황이 짜증스러운 듯 “여차하면 이 차를 몰고 바로 검찰청으로 가버릴까 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짐을 옮기는 직원의 절반 가량은 일상복 차림이었지만, 나머지는 양복 차림이었다. 전날 밤 11시께 삼성서울병원에 내려준 손님한테서 ‘오늘 밤에 출근 복장으로 병원으로 나오라고 한다’는 대화 내용을 우연히 들었다는 택시기사 이아무개씨의 증언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양복을 입고 짐을 나르던 한 직원은 동료에게 “우리, 내일은 점심 먹고 퇴근하는 거야?”라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전날 밤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업은 이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3시30분께 트렁크와 뒷자리에 서류를 가득 실은 차량이 본관 뒤 주차장으로 옮겨졌으며 5시10분께에는 한 여직원이 서류철 3개를 들고 택시에 탄 채 어디론가 떠나기도 했다. 각종 서류가 여러 장소로 분산돼 보관될 것임을 내비치는 대목이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직원들 여럿이 ‘삼성 의료비’라고 적힌 서류 등을 1. 정도 높이로 쌓아 대형 운반기에 실은 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 2층 주차장 옆 창고 안으로 옮기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병원 서동면 홍보팀장은 “지하 2층 창고는 평소 전표를 보관해 오던 경리창고로, 연말정산이 끝나 관련 서류를 옮긴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현웅 기자, 은지희 영상미디어팀 피디 goloke@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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