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떠나보낸 삼청동 상가주민들 표정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들은 22일 두달 동안 ‘동거’해 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떠나보냈다. 갑자기 온 사회의 주목을 받는 장소로 떠올랐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주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인수위 주변 음식점 주인들은 늘었던 매출을 생각하며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ㄷ음식점 대표 이원재(41)씨는 “1월 말까지는 아침저녁 할 것 없이 자리가 없을 정도였는데, 2월 들어서면서부터 사람이 뜸해졌다”며 “1998년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당시 김대중 당선인의 인수위가 들어섰을 때보다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난해에 견줘 매출이 15%는 올랐다”고 말했다. 근처에서 ㅊ홍어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43)씨도 “벌써 사람이 많이 빠져서 시간이 남는다”며 “그동안 못 했던 머리를 하러 갈 참”이라고 말했다.
아쉬워하는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수위 맞은편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노아무개씨는 “인수위가 들어선 뒤 늘어난 집회·시위 때문에 너무 시끄러웠다”며 “하루빨리 나갔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삼청지구대 이계방 경위는 “소음 문제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처음에는 좀 있었다”며 “이제는 다 끝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항의 전화도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갑자기 늘어난 차량에 교통난을 호소하거나, “주차단속이 빈번해져 딱지를 끊겼다”고 억울해하던 볼멘소리도 이젠 잦아들었다.
이날 인수위 해단식과 함께 삼청동 거리는 팔짱을 낀 연인들이 이따금 눈에 띄는 등 한산한 예전 모습을 되찾고 있다. 한 음식점 종업원은 “손님이 많아져 좋았고 교통이 불편해 나빴다”며 “다음번 인수위는 어디에 자리잡든 인근 주민들의 이런 심정까지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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