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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들 영정 앞에 생일상 차리다니”

등록 2008-02-22 20:19

육군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의 합동영결식이 열린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갈현동 성남영생관리사업소 화장장에서 고 김범진 병장의 어머니가 운구행렬을 뒤따르며 오열하고 있다. 이날은 고 김범진 병장의 23번째 생일이었다. 성남/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육군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장병들의 합동영결식이 열린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갈현동 성남영생관리사업소 화장장에서 고 김범진 병장의 어머니가 운구행렬을 뒤따르며 오열하고 있다. 이날은 고 김범진 병장의 23번째 생일이었다. 성남/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용문산 헬기사고 희생자 ‘눈물의 영결식’
고 김범진 병장 어머니 가슴만 치며 흐느껴
고 선효선 소령 세살배기 딸도 “엄마…엄마”

슬픔을 억누르는 아빠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엄마를 찾는 세 살배기 딸. 검은 리본이 드리운 영정 앞에 아들의 생일상을 차려 놓고 오열하는 어머니. 다정했던 아빠를 그리며 주저앉은 채 울부짖는 소녀 ….

용문산 헬기 추락사고 희생 장병 7명의 영결식이 치러진 22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유족들과, 고락을 함께 했던 전우를 잃은 장병의 절규가 내내 이어졌다.

이날 스물세번째 생일을 맞은 고 김범진(23) 병장의 어머니는 “자식 생일상을 영정 앞에 차리고 말았다”며 가슴을 쳤다. 말문조차 막힌 듯 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며 울음을 막던 고 신기용(44·조종사) 준위의 어머니는 결국 실신했다. 목이 쉴 정도로 돌아오지 못할 아빠를 부르던 고 황갑주(35) 준위의 딸도 아빠의 죽음을 실감한 듯 영정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특히 고 선효선(28·간호장교) 소령의 딸(3)은, 아내의 마지막 길에 눈물을 흘리며 거수경례를 하는 유영재(30) 대위 다리에 매달린 채 애타게 엄마를 불러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선 소령이 남긴 생후 5개월 된 딸은 허탈하게 앉아 있는 할아버지 품에 안긴 채 새근새근 잠을 자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불과 4개월 만에 신혼의 단꿈을 접은 정재훈(33·군의관) 소령의 부인은 “나 혼자 어떻게 사느냐”며 복받치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제1야전군사령부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동료 장병 등 500여명이 참석해 순직 장병의 명복을 빌었다. 이 자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등도 참석해 고인들을 애도했다.

순직 장병 7명 주검을 단상 앞에 놓고 치러진 영결식에서는 고인들에 대한 약력보고와 함께 동료 장병의 조사가 이어졌다. 부조종사 황 준위의 동기생 임희규 준위는 조사를 통해 “고인들은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날아, 고귀한 생명을 구하고 죽음으로 임무를 완수하셨다”며 비통해 했다.


고인들의 유해는 운구차 7대에 나뉘어 성남 화장장으로 옮겨져 화장된 뒤 이날 오후 대전 현충원에 안장됐다. 군은 사고 당일부터 사흘 동안 중사 이상 전 간부를 대상으로 모은 조의금 8억여원을 유가족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앞서, 육군은 헬기 추락사고 현장에서 조종사와 부조종사 사이의 대화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고 사고 원인을 기상악화로 잠정 결론지었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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