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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참사 5주기 엊그젠데…대구지하철 또 ‘망신’

등록 2008-02-23 15:12수정 2008-02-23 15:25

대구 지하철 참사 5주기로부터 며칠 뒤인 22일 지하철 2호선의 운행이 1시간 넘게 중단된 사고가 발생하면서 대구 지하철공사는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3일 지자체와 경찰에 따르면 공사는 사고가 일어난 지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소방 당국에 상황을 통보하는 등 큰 참사를 겪은 기관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미숙한 사고 대처 능력을 보였다.

◇ 1시간 동안 '안전 공백' = 대구시소방본부가 지하철 2호선이 정전으로 열차가 모두 멈춘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한 시민의 신고를 받고 나서였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정전이 발생한 지 약 15분이 지난 오후 7시10분께 한 시민이 두류역에서 지하철이 갑자기 멈췄다는 119 전화를 해 구조대를 급파했다"며 "이후 지하철 공사 측에 자초지종을 물어봐 사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사는 사고 발생 약 55분 뒤인 오후 7시50분 지하철 2호선 구간 절반(문양역∼반월당역)의 운행을 정상화 한 뒤에서야 소방본부에 사고 사실을 통보했다.

21대의 열차가 모두 멈춰서 자칫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1시간 가까이 소방 당국과 구조 태세를 갖추지 못해 '안전 공백'을 자초한 것이다.

신속히 정전을 해결할 인력이 없는 등 사고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였다.

사고 당시 전력 장비를 맡는 기술직 직원들은 대다수 퇴근한 뒤였고 저녁 러시아워 시간에 이들을 다시 역으로 호출하는데 30분이 넘게 걸린 것. 결국 공사는 사고 발생 뒤 1시간30여분이나 지나서야 2호선 운행을 정상화했다.


공사 측은 불이 난 변전소에 화재 진압용 이산화탄소(CO2)가 들어차 있어 사람이 쉽게 접근하지 못해 수리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 차 속에서 영문도 모르고 '벌벌' = 승객들에게 사고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실책도 눈에 띄었다.

공사는 정전으로 열차가 멈춰서자 곧바로 안내 방송으로 승객들을 안심시켰다고 밝혔으나 당시 열차에 탔던 시민들은 방송을 통해 '열차 결함으로 차가 움직이지 못한다'는 식의 단편적인 내용 만을 전해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때문에 승객들은 전기가 나간 캄캄한 차 안에서 수십 분 동안 갇혀 '지하철 화재 참사'의 악몽을 떠올리며 공포에 떨어야 했고, 여성을 비롯한 일부 승객은 객실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등 적잖은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승객 최모(22.여.대학생) 씨는 "열차가 갑자기 멈춰선 뒤 느린 속도로 30여분 만에 역사에 진입했고 터널 속에서 역사까지 이동할때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뇌리를 스쳤다"고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지난 2003년 지하철 참사 때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사가 불이 난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대기해 달라'는 방송 지시만 한 뒤 자신만 대피, 미숙한 상황 전파가 수많은 사상자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사고철' 비난에도 안전 불감증 여전 = 대구 지하철은 개통 전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아 '사고철(事故鐵)'이란 오명을 들어 왔다.

2003년 2월18일에는 한 시민의 방화로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친 '대구지하철 참사'가 있었고 앞서 1995년엔 당시 건설 중이던 상인역 구간에서 도시 가스가 폭발, 101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2000년 1월22일에는 대구 지하철 2호선 공사가 한창이던 중구 남산동 신남네거리 현장에서 도로와 복공판이 갑자기 붕괴하며 좌석버스가 추락, 승객 등 3명이 숨졌다.

열차가 갑자기 멈춰서 승객들이 차 안에 갇히는 사고도 잇따랐다.

2006년 12월18일에는 2호선 반고개역에서 사월방향으로 가던 열차가 운행 시스템 다운으로 동력이 끊어지면서 멈춰서 승객 113명이 캄캄한 터널 안에서 20여분을 버텨야 했다.

또 앞선 2005년 11월21일엔 2호선 연호역에서 사월 방향으로 가던 열차가 전력 장치가 고장 나면서 운행이 48분 동안 중단돼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편 대구 수성경찰서는 오는 25일 정전 사고가 시작된 만촌역 변전소 화재 현장에서 정밀 감정을 실시, 지하철 공사 측의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원인을 여러모로 확인하는 한편 관리자의 근무 상태와 장비 점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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