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업계가 정부의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대혼란에 처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건설교통부는 최근 일반주거지역 내 PC방 면적을 150㎡로 제한하던 규정을 300㎡로 완화하는 대신 폭 12m 이상의 도로에 인접해야만 등록이 가능하다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폭 12m의 도로는 왕복 4차로에 해당된다.
개정안은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치고 있으며,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PC방 등록제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5월22일부터 시행된다.
이 경우 왕복 4차로 도로변이 아닌 곳에 위치한 일반주거지역 내 PC방은 문을 닫아야 한다.
PC방 업계는 이 같은 방안이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PC방 단체인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이하 인문협)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2만1천여개 PC방 중 이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업소는 전체의 2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5월22일 이후에는 1만6천여개의 PC방이 한꺼번에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이들 1만6천여개 업소가 모두 4차선 도로변으로 이전한다 하더라도 기존에 비해 임대비 등 비용이 증가해 많은 업주들이 심각하게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폐업 이상의 연쇄적인 민생경제 타격 또한 우려되고 있다.
이에 인문협은 도로폭 단서조항 삭제를 건교부 등에 요청했으나, 사행성 방지 등을 이유로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한 PC방 업주는 "회선료와 인건비, 임대료 등을 빼고 나면 월수입이 200만원에도 못 미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이번 시행령이 발효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PC방 등록제 자체의 문제점 또한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이 생계형인 PC방의 특성상 등록제에 따른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이 주장의 요지다. 문화관광부 역시 이 같은 점을 받아들여 게임산업법 내 PC방 등록제 조항을 오는 5월22일까지 6개월 유예해왔으나 결국 등록제의 성격상 이 같은 조건이 제시된 것이다.
배문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부회장은 "바다이야기 스캔들 이후 PC방과 사행성 도박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이 정부 법개정에 그대로 적용됐다"며 "우리나라의 IT인프라를 구축하고 민생경제에 큰 역할을 한 PC방을 사행성 영업장으로 취급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C방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무더기 폐업에 따른 민생경제 혼란을 막을 수 있도록 건교부와 협의해가겠다"고 밝혔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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