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 임ㆍ직원들이 조사 과정에서 `수사방해' 수준의 소극적인 진술 태도를 보여온 데 대해 특검팀이 중국 고사성어를 들어 꼬집었다.
윤정석 특검보는 26일 브리핑에서 삼성측 차명의심 계좌에서 발견된 돈의 일부가 비자금이라는 점을 확인하셨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난다"고 운을 뗐다.
사기(史記) 진시황본기에 나오는 이 고사성어는 사슴(鹿)을 가리켜 말(馬)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함부로 부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었지만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그룹 임ㆍ직원들 명의로 개설된 상당수의 계좌가 차명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돈도 비자금일 가능성이 농후한데도 특검에 출석한 `명의자'들이 줄줄이 의혹을 부인하며 억지주장을 펴고 있는 상황을 빗대어 한 말이다.
윤 특검보는 "조사를 받으러 온 삼성측 관계자들이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내 계좌가 맞다'고 사리에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있어서 이런 고사성어를 소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金)이라는 한자에 대해서도 우리(특검팀)가 보기에는 분명히 금(gold)을 뜻하는 경우인데 조사받는 사람들은 자꾸 `쇠 금'이라고 주장한다"며 삼성측의 `나몰라라 식' 진술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특검보는 차명계좌에 담긴 돈이 일부라도 비자금으로 확인됐느냐는 질문에는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이 발견된 것은 맞지만 그 원천이 무엇인지는 조사를 더 해 봐야 안다"고 조심스런 답변을 내놓았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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