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골프연습장 화재…혼자 출동 나섰다 추락사
소방관 1명이 24시간 맞교대 경기도에만 79곳
소방관 1명이 24시간 맞교대 경기도에만 79곳
화재 현장에 먼저 도착해 혼자서 불을 끄던 소방관이 건물 10여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숨진 소방관은 소방인력 부족으로 119안전센터 대신 혼자서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지역대’에서 혼자 출동해 응급조처를 받을 수 없었다.
26일 오전 2시50분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문봉동 ㅌ골프연습장 3층에서 불이나 옆 건물에서 간이 나무다리를 타고 화재 현장으로 들어가던 일산소방서 장항119안전센터 소속 소방관 조아무개(45·소방장)씨가 11.5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3층 짜리 건물 1개동을 에이(A)·비(B)동으로 분리·증축 공사 중인 이 골프연습장은 3층의 불을 끄기 위해선 두 건물을 연결하는 너비 90㎝, 길이 2m 정도의 간이 나무다리를 건너야 한다.
때문에 화재 현장에서 3㎞ 가량 떨어진 식사지역대에서 혼자 밤샘 근무를 하다 오전 3시4분께 도착한 조씨는, 거세지는 불길을 잡기 위해 소방호스를 들고 눈이 쌓인 나무다리를 건너다 미끄러져 변을 당했다고 일산소방서 쪽은 밝혔다. 조씨는 이날 7㎞ 떨어진 중산안전센터에서 출동한 동료 소방관들에 의해 3시52분께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동료 소방관은 “지역대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한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갔다”며 “1인 출동만 아니었다면 50여분 동안 응급조처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조씨가 근무한 식사지역대 처럼 소방관 1명이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하는 지역대는 경기도내에만 79곳에 이른다.
한편 1991년부터 소방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조씨는 70대 부모와 부인(41), 13살과 11살 짜리 남매를 남겨뒀다. 경기도 제2소방재난본부는 조씨에 대해 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28일 일산소방서에서 영결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고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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