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부조화’의 심리상태.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가 27일 전군표(54) 전 국세청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하면서 시종일관 법정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던 전 전 청장의 심리상태에 대해 지적한 말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 앞서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을 밝힌 뒤 “30년간 공직에 근무하면서 정무직에까지 오른 피고인이 부하직원한테서 금품을 받았다는 명예롭지 못한 사실이 갑자기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런 심리상태를 심리학 전문가들이 말하는 ‘인지 부조화’의 심리 메카니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지 부조화의 개념에 대해 “왜곡된 과거의 기억이 확신으로 무장돼 자신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다는 점을 의식하지도 못한 채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는 심리상태”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이런 심리상태에서 자신의 지위와 명예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자기방어 기제를 발동해, 공소사실을 적극 부인하면서 잘못을 제3자에게 전가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런 피고인의 심리상태와 관련해 “내 기억은 ‘내가 그것을 했다’고 말하는데 내 자존심은 ‘내가 그것을 했을 리가 없다’고 말하며 요지부동이다. 결국 기억이 자존심에 굴복한다”라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판 과정 내내 자신의 결백을 강력히 주장하며 억울함을 거듭 호소하는 것을 보면서 선고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애초 예정된 선고일정을 1주 연기하기까지 했다”며 “거듭된 검토 결과를 통해서도 그의 유죄를 확인하고 거짓 진술자의 심리상태에 관한 최근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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