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홍라희씨 미술품 구입자금 수표추적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제기한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27일 “삼성 특별검사팀이 수사 의지가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사를 검찰에 다시 넘길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특검팀의 요청으로 조준웅 특검을 면담하기 위해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을 찾은 사제단은, 특검팀이 “면담 뒤 참고인 조사를 하겠다”고 하자 면담을 거부하며 이렇게 밝혔다. 전종훈 사제단 대표는 “조준웅 특검이 핵심 피의자인 이학수 삼성 부회장을 단독으로 만나 4시간 동안 환담만 해놓고선, 사제단 신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또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로비 대상으로 지목한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요구하고, ‘에버랜드 사건’ 등과 관련해 고발된 이건희 삼성 회장을 즉각 기소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현명관(67) 전 삼성물산 부회장을 불러 차명 의심계좌 보유 경위와 삼성생명 주식 취득 경위 등을 조사했다. 현 전 부회장은 2006년 제주도지사 선거 출마 당시 삼성생명 주식 28만800주(액면가 5천원) 등 모두 270억원 상당의 재산내역을 공개했다.
특검팀은 또 현 전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에버랜드 사건에 삼성그룹 차원의 공모가 있었는지, 검찰 진술과 재판 증언을 짜맞췄는지 등을 캐물었다. 현 전 부회장은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63)씨가 미술품 구입 자금으로 홍송원(55) 서미갤러리 대표에게 건넨 수표가 비자금인지를 가리기 위해 수표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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