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잃고 찜질방을 전전하던 20대 여성이 한 병원 성금함에 손을 댔다가 경찰에 붙잡혔으나, 경찰관의 도움으로 새 일자리를 구했다.
28일 오전 11시께 서울 수서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선 경찰의 취조 대신 취업 면접이 이뤄지고 있었다. 전날 저녁 8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비치된 ‘사랑의 모금함’에서 젓가락으로 2만원을 꺼낸 혐의(절도)로 붙잡힌 ㅍ(28)씨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ㅍ씨를 마주한 윤재현(62·식당 운영)씨는 “인상이 착하고 성실해 보여 채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ㅍ씨는 울먹이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ㅍ씨의 일자리를 구해준 사람은 수서경찰서 형사과 백기종 경위다. ㅍ씨를 조사하던 백 경위는 ㅍ씨가 고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여의고 2년 뒤 집을 나와 서울 남대문 액세서리 가게 점원으로 6년 동안 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백 경위는 “ㅍ씨는 50만원이 조금 넘는 박봉에 방값을 내기도 버거워 돈을 모으지 못했고, 그 일마저도 월급이 밀려 그만뒀다”며 “지난해부터 찜질방에서 사는 ㅍ씨는 주거부정에다 전화비를 못내 휴대전화도 없는 상태라 취직을 못했다”고 전했다. 딱한 사정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백 경위는 “무슨 일이건 해보겠다”는 ㅍ씨의 말을 듣고 일자리 소개에 나섰다.
ㅍ씨는 29일부터 윤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일하게 된다. 월급은 우선 100만원을 받기로 했다. ㅍ씨는 “일자리를 구해줘 감사하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