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수사하는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9일 이학수(62) 삼성 전략기획실장(부회장)과 김인주(50) 전략기획실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 승계, 정·관계 로비 등을 총괄 기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정석 특검보는 “두 사람은 피의자 신분이며, 조사해야 할 것이 많다. 특검보들 말고도 조준웅 특검이 따로 직접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50분께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나온 김 사장은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짧게 답한 뒤 조사실로 올라갔다. 이 부회장도 10여분 뒤 출석해 “어제 소환통보를 받았다.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특검 사무실에 나와 조준웅 특검을 만난 뒤 돌아갔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 사건과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배정 사건의 피고발인이며, 김 사장은 이 부회장과 함께 지난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제기한 삼성 비자금 고발 사건의 피고발인이다. 특검팀은 김 사장이 에버랜드 사건의 증거를 조작하는 데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이 부분도 조사했다.
특검팀은 전날 이재용(40) 삼성전자 전무를 상대로 이(e)삼성 관련 주식매입 사건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는 한편, 삼성에버랜드 사건 등 경영권 관련 고소·고발건과 차명계좌 보유 의혹, 그림 <행복한 눈물> 소장 여부 등과 관련해 두 건의 참고인 진술조서를 작성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사에 수사관 2명을 보내 비자금 및 로비 의혹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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