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 동안 법정다툼 속 무료입장 파행 운영
서울시 태도 오락가락…공단 선회배경도 의문
서울시 태도 오락가락…공단 선회배경도 의문
서울 난지동 쓰레기매립장에 조성된 난지골프장이 4년여 동안 파행 운영된 끝에 결국 ‘가족공원’ 형태로 돌아오게 됐다. 땅 주인인 서울시와 골프장을 조성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근 이런 용도 변경에 잠정 합의했다. 서울시민은 이제 조성비 130억여원이 든 ‘명품’ 공원을 거닐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공공자금이 허투루 쓰였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 가족공원화=서울시는 난지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조성해 인근 ‘노을공원’의 일부로 삼을 계획이다. 이정호 서울시 푸른도시정책과장은 “공단과 협의가 잘 마무리되면 공사기간 3~4달을 거쳐 올해 안에는 체육시설을 갖춘 공원으로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골프장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공원을 만들기로 했다. 난지골프장은 19만5443㎡ 넓이의 골프코스(9홀)와 2만5237㎡의 부대시설로 꾸려졌다. 서울시는 골프장의 연못을 물고기와 물풀이 자라는 생태연못으로 만들어 아이들의 학습장소로 활용하고, 벙커는 모래를 그대로 둔 채 놀이기구를 설치해 놀이터로 만들 계획이다. 또 화장실, 벤치 등 편의시설도 추가로 설치된다.
■ 그동안의 다툼=난지골프장은 고건 서울시장 시절인 2000년 밑그림이 그려졌다. 서울시의 사업 제안에 공단은 골프의 대중화 등을 명분으로 참여했다. 그러나 2004년 완공을 즈음해 골프장 운영권과 입장료를 놓고 시와 공단의 갈등이 불거졌다. 서울시는 골프장 운영권과 입장료 결정 권한을 땅 소유자인 시에 귀속시키는 조례까지 만들었다. 그러자 공단은 서울행정법원에 조례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거듭 승소했고, 현재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난지골프장은 2005년 10월 문을 열었고, 지난해 12월22일까지 9만6285명(하루 평균 200~250명)이 골프를 즐겼다. 그러나 행정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아 이용자들에게서 돈을 받을 수 없는 탓에 현재까지 무료로 운영돼 왔다.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 시절 공단과의 갈등 속에서 가족공원화 계획을 내놓았고, 오세훈 시장도 이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면서 방향을 확 틀었다.
■ 혈세 낭비 책임은?=결국 난지골프장이 본래 목적대로 쓰이지 않게 되면서 골프장 조성비 130억여원은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륜, 경정, 스포츠토토 등을 통해 마련된 체육진흥기금이 투입된 데다, 서울시가 이를 보상하려면 시민의 세금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8년 전 골프장 조성계획을 내놓을 때 “시민이 가까운 곳에서 싼값에 대중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지금은 “골프장은 소수를 위한 공간이고 ‘다수를 위한 행정’을 위해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원칙 없이 오락가락한 서울시에 1차적인 책임이 있는 셈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골프장 유지를 위해 소송까지 불사하다 갑자기 돌아선 배경에도 의문이 일고 있다. 시장 시절 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바꾸는 계획을 내놓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시점에 계획 변경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정병찬 홍보실장은 “(대법원에서) 승소를 하더라도 사업승인 주체인 서울시가 또 지연시키면 다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배경은 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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