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앞 작아지는 금감원
“자체조사 우선” 그동안 감독권 발동 미뤄와 금융감독원이 3일부터 시작하는 삼성증권 특별검사에서, 이미 차명계좌라고 시인한 전·현직 삼성 임원 4명의 계좌만 조사하겠다는 것은, 삼성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금감원이 보여준 행보를 되짚어보면 그리 뜻밖의 일이 아니다. 삼성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전·현직 임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하거나, 마찬가지 목적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회계 분식을 한 의혹이 속속 드러나는 와중에서도 금감원은 감독권 발동을 미루거나, 사안에 따라서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아 왔다. 예컨대 김용철 변호사가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의 차명계좌를 폭로하자 금감원은 “해당 금융기관의 자체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삼성 특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삼성화재나 삼성증권의 위법 혐의를 밝혔을 때에도 “검찰이 수사중이어서 금감원이 나설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또 경실련 등이 지난해 12월 삼성중공업의 분식 의혹을 제기했을 땐 “분식을 증명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감리 착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만 3개월이 걸린다”며 감독당국의 의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질서와 금융회사의 질서를 유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삼성 특검이 자세하게 파악해보도록 요청한 삼성증권의 차명계좌 운용은, 금감원으로서도 즉각 조사해서 시정되도록 해야 할 사안이다. 특검이 지목한 3800여개의 차명의심 계좌는 모두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증권계좌’이다. 이들 계좌에서 삼성계열사 주식을 매매한 기록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지금까지 전·현직 임원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 조성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주가조작을 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삼성에 대한 조처와 관련해, 금감원 내부에서도 간부급 이상과 실무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삼성이 어떤 기업인가. 나중에 소송이라도 제기하면 정말 (금감원이)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장급 간부는 “삼성이 글로벌기업인데, 특검이 너무 세게 압박한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도 있다”면서 아예 삼성의 의혹을 덮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에 8년차인 한 직원은 “우리가 차명계좌의 자금흐름을 파악해줘야 특검이 삼성을 제대로 추궁할 수 있으며, 자금흐름 같은 것은 검사역 20명만 투입하면 금세 알아낼 수 있다”며 “삼성 조사에 계속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금감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 금감원, 삼상 ‘3800개 의심계좌’중 ‘4명 계좌’만 특별검사
▶ 금감원 8년차 “20명만 투입하면 자금흐름 금세 알아”
▶ 정의구현사제단, 삼성 떡값 명단 공개 ‘장고’
“자체조사 우선” 그동안 감독권 발동 미뤄와 금융감독원이 3일부터 시작하는 삼성증권 특별검사에서, 이미 차명계좌라고 시인한 전·현직 삼성 임원 4명의 계좌만 조사하겠다는 것은, 삼성 비자금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0월 이후 지금까지 금감원이 보여준 행보를 되짚어보면 그리 뜻밖의 일이 아니다. 삼성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전·현직 임원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하거나, 마찬가지 목적으로 삼성 계열사들이 회계 분식을 한 의혹이 속속 드러나는 와중에서도 금감원은 감독권 발동을 미루거나, 사안에 따라서는 아예 손도 대지 않아 왔다. 예컨대 김용철 변호사가 우리은행과 굿모닝신한증권의 차명계좌를 폭로하자 금감원은 “해당 금융기관의 자체조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삼성 특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삼성화재나 삼성증권의 위법 혐의를 밝혔을 때에도 “검찰이 수사중이어서 금감원이 나설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또 경실련 등이 지난해 12월 삼성중공업의 분식 의혹을 제기했을 땐 “분식을 증명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 감리 착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만 3개월이 걸린다”며 감독당국의 의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모습을 보였다. 금감원은 금융시장의 질서와 금융회사의 질서를 유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삼성 특검이 자세하게 파악해보도록 요청한 삼성증권의 차명계좌 운용은, 금감원으로서도 즉각 조사해서 시정되도록 해야 할 사안이다. 특검이 지목한 3800여개의 차명의심 계좌는 모두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증권계좌’이다. 이들 계좌에서 삼성계열사 주식을 매매한 기록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지금까지 전·현직 임원 차명계좌를 이용해 비자금 조성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주가조작을 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삼성에 대한 조처와 관련해, 금감원 내부에서도 간부급 이상과 실무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삼성이 어떤 기업인가. 나중에 소송이라도 제기하면 정말 (금감원이) 곤란해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국장급 간부는 “삼성이 글로벌기업인데, 특검이 너무 세게 압박한다. 기업이 살아야 경제도 있다”면서 아예 삼성의 의혹을 덮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에 8년차인 한 직원은 “우리가 차명계좌의 자금흐름을 파악해줘야 특검이 삼성을 제대로 추궁할 수 있으며, 자금흐름 같은 것은 검사역 20명만 투입하면 금세 알아낼 수 있다”며 “삼성 조사에 계속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금감원의 권위와 신뢰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 금감원, 삼상 ‘3800개 의심계좌’중 ‘4명 계좌’만 특별검사
▶ 금감원 8년차 “20명만 투입하면 자금흐름 금세 알아”
▶ 정의구현사제단, 삼성 떡값 명단 공개 ‘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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