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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비싼 웨딩드레스가 누구 잘못이지?

등록 2008-03-03 10:28

비싼 웨딩드레스가 누구 잘못이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비싼 웨딩드레스가 누구 잘못이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오랜 만에 집에 일찍 들어와 아이들과 조금 놀고, 집사람과 TV를 보고 있습니다. 얼마전 KBS 1TV의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에서 재생 맥주를 나이트 클럽에서 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좋은 고발프로였습니다.), 오늘은 '나의 바가지 결혼'이란 제목으로 과도한 결혼식 비용을 파헤치고 있더군요.

-수십배가 남는 장사를 하는 웨딩드레스 대여점

웨딩드레스의 대여비가 수백만원에서 천만원도 넘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수입가격은 몇십에서 이백만원 정도인데, 외제라는 이유로 몇시간 빌리는데 수백만원을 받다니, 참 고부가가치 장사를 하더군요. 방송에서는 계속 웨딩드레스 대여점을 비난하고 있는데, 저는 이 방송을 만든 사람들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부가가치 장사를 하라고 가르치지 않나요?

정부, 언론, 교육에서 모두 고부가가치 사업을 해야한다고 어려서부터 가르칩니다. 모래로 반도체를 만들고, 작은 금속으로 시계를 만들고, 머리만 이용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는 것들이죠. 또한 금융과 무역, 서비스업 등을 통하여 높은 이윤을 얻는 것만이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살 길이라고 배웁니다. 그리고, 맞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적은 생산비로 만들어서, 각종 마케팅기법을 이용하여 외국에서 비싸게 팔아 외화를 벌어와야 우리 국민이 먹고 살는 것 아닌가요? 이건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죠. 장사를 하는 목적이 이윤을 남기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윤으로 경제가 돌아가고, 사람들이 먹고 사는 것이며,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언론에서 그토록 극찬한 온라인 쇼핑몰의 젊은 여사장들은 일본 등지에서 싸게 옷을 구매하여, 국내에서 비싸게 판 것입니다. 언론이 앞장 서서, 그들의 장사 노하우까지 알려주지 않았나요?

비싼 웨딩드레스가 누구 잘못이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비싼 웨딩드레스가 누구 잘못이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자, 100만원 주고 미국에서 웨딩드레스를 수입해서 200만원에 빌려주는 것이 장사하는 사람들의 잘못인가요? 그럼 이 사람들이 비난 받지 않으려면, 얼마 만큼의 이윤을 남겨야 할까요?

웨딩드레스 가격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입니다. 그렇게 비싸게 팔아도, 외제라면 환장하는 인간들이 만든 가격이고, 허위의식을 채우기 위하여 빚을 져서라도 따라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런 허위의식 덕에 먹고사는 장사하는 사람들을 왜 죄인취급합니까? 이들이 이렇게 벌어먹고 살며 소비해서, 그나마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이죠.

-높은 이윤을 남기는게 고발 대상이면, 수출은 왜 하죠?

PD님! 높은 이윤을 남기며 장사하는 사람들을 욕을 한다면, 학교교육부터 장사는 나쁜 짓이라고 가르치라고 하세요. 그리고, 다큐멘타리나 뉴스에서 외국의 성공사례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방송하지 마세요. 성공스토리 세일즈맨 신화를 서점에서 추방하라고 방송하세요. 그리고, 아예 영리추구를 금지하고, 사회주의식으로 국가가 모든 결혼식 물품을 무상으로 빌려주라고 해보세요.

비싼 웨딩드레스가 누구 잘못이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비싼 웨딩드레스가 누구 잘못이지? / 한겨레 블로그 한정호
여러분의 주장과 같은 논리로, 우리나라 생산품을 외국에 비싸게 팔면 외국인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니, 미국, 일본, 중국의 소비자 단체/방송국과 연계해서 한국산 자동차의 생산원가를 공개하고 불매운동을 해주세요. 그러고보니, 방송국직원들은 시청자를 대신하여 광고비를 걷어 돈을 버시니, 이것 또한 이윤을 남기는 '아주 못된 짓'을 하고 계시는 군요. 각 프로그램 당 제작비와 광고비의 차익을 공개하셔서, 너무 많은 금액이면(기준은 무엇을 삼을까요?) 양심선언 해주세요.

욕하고 싶으면,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결혼식을 올리는 국민들의 허위의식에 촛점을 제대로 맞추시기를 바랍니다. 장사꾼(?)도 나쁜 놈이고, 소비자도 정신차리라는 어설픈 양비론은 결국 장사꾼=도둑놈이란 잘못된 사회인식과, 멍청하고 허위의식에 빠진 소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밖에 없습니다.

잘못된 것을 제대로 고발하여 사회를 맑고 투명하게 만드는 방송인의 역활은 정말 중요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이런 시사프로그램의 열렬한 고정팬입니다. 그렇지만, 그냥 욕하기 좋고, 관심 끌기 좋으니까.... 시사고발프로의 형식을 빌려 대한민국 모든 직종의 사람을 나쁜 놈으로 만드는 것은 그만 봤으면 좋겠네요.

추신 : 평소 소비자고발을 재미있게 보아왔지만, 오늘 방송을 보고 실망을 했습니다. 또한 가끔씩 제작진이 소비자권리라는 것에 대한 개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은 소비자이면서 공급자이기도 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혹시 잊어버리고 방송을 제작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도덕적인 상행위에 대한 것은 사회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바르게 보도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맞는 일이지만, 이윤을 얻는 것이 당연한 행위에 대하여 비난을 하기 시작한다면 우리나라에 도둑놈(또는 그의 가족)이 아닌 사람은 한명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의식 때문에 전국민이 대학가고, 의사/변호사/공무원하려고 목숨걸고, 영어공부에 몰입하는 것 아닐까요?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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