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가 3일 오전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홍 회장 “97년에 이회장이 중앙일보 지분변동 알고 있었다” 2006년 진술
홍회장 ‘재용씨 경영권 승계’ 공모여부 조사
중앙일보 위장 분리계열 의혹도 추궁할 듯
홍회장 ‘재용씨 경영권 승계’ 공모여부 조사
중앙일보 위장 분리계열 의혹도 추궁할 듯
■ 삼성특검, 홍 회장 4일 소환 배경은?
삼성 특별검사팀이 이건희 회장을 이번주 안에 소환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1차 수사기간 안에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초벌’ 조사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9일 1차 수사기한이 끝난 뒤 특검법에 따라 45일 동안 수사 기한을 연장할 수 있지만, 수사 범위와 규모 등을 따져보면 실제 수사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특검팀으로서는 이 회장 소환 조사 없이 1차 수사기한을 넘길 경우 시간에 쫓길 뿐 아니라,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수사 범위가 워낙 방대한 측면도 있지만,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 없이 1차 수사 기한을 넘기면 ‘그동안 뭘 했느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이 4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소환하기로 한 것도 이 회장을 조사하기 위한 차례로 보인다. 홍 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의 피고발인일 뿐 아니라, 2005년 ‘엑스파일(안기부 도청 녹취록)’ 사건 등 삼성 관련 사건의 핵심 인물로 경영권 불법 승계와 떡값 제공 등 불법 로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홍 회장은 1996년 10월30일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당시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48.2%)였다. 하지만 홍 회장은 중앙일보사에 배정된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해, 이재용 전무와 이부진 호텔신라 상무,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인수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이와 관련해 홍 회장은 이미 2006년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특검팀은 검찰로부터 당시 홍 회장의 진술조서 등을 넘겨받아 검토를 끝냈다.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 검찰 조사 때 받은 내용을 홍 회장을 상대로 확인할 것이고, 추가로 확인할 것도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나흘 전에 이뤄진 중앙일보의 전환사채 발행을 주목하고 있다. 중앙일보사는 1996년 10월26일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당시 중앙일보사의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이 전환사채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 홍 회장이 이를 인수해 중앙일보사의 새 대주주가 됐다. 검찰은 에버랜드 사건 재판 당시 “삼성 에버랜드와 중앙일보가 각각 전환사채를 발행한 뒤 중앙일보는 삼성 에버랜드 청약을, 이 회장은 중앙일보의 청약을 포기해 양사의 실권주를 서로 맞교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당시 홍 회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1997년 초 이건희 회장을 인사차 찾아갔더니 이 회장이 중앙일보의 지분 변동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계획이다. 홍 회장의 진술대로라면 이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대주주(홍석현) 실권→이재용 전무 등의 전환사채 인수로 이어지는 과정을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또 홍 회장에게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중앙일보 위장 계열분리 의혹도 추궁할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1999년 홍 회장이 제일모직 등 삼성 계열사로부터 중앙일보 보유 지분을 사는 과정에 비자금이 쓰였을 수도 있어, 일단 조사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용철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1999년 김인주 사장의 부탁으로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회장으로 하되, 의결권은 이 회장이 갖는다’는 내용의 주식명의 신탁 계약서를 써줬다”며 위장 계열분리 의혹을 제기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특검팀은 또 홍 회장에게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중앙일보 위장 계열분리 의혹도 추궁할 방침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1999년 홍 회장이 제일모직 등 삼성 계열사로부터 중앙일보 보유 지분을 사는 과정에 비자금이 쓰였을 수도 있어, 일단 조사를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용철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1999년 김인주 사장의 부탁으로 ‘이건희 회장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회장으로 하되, 의결권은 이 회장이 갖는다’는 내용의 주식명의 신탁 계약서를 써줬다”며 위장 계열분리 의혹을 제기했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