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계훈제의 호통소리 잊혀져야 하는가’

등록 2008-03-03 21:13수정 2008-03-03 21:18

故 계훈제 선생
故 계훈제 선생
9년째 추도식 이어온 윤여연씨
민주화 운동 평생 바친 선생
‘헌신’ 되새기며 매년 추도식
“정치권 인사들 후원·발길도 선거탓인지 뚝끊겨 맘 아파”
“선생은 생전에 아무리 힘들어도 택시 한 번 타지 않으셨죠. 한번은 계단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전철 대신 택시를 타고 가자고 했더니 ‘민주화운동 하는 사람이 무슨 택시냐’며 호통을 치시더군요. 선생처럼, 민주화운동은 자기 삶의 헌신에서 시작한 것인데 ….”

윤여연(55·대동인쇄 대표)씨 입에서 나직한 탄식이 이어졌다. 평생을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 1999년 별세한 고 계훈제 선생의 9번째 추도식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언제부턴가 민주화운동 출신들도 양주를 마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세태 속에서, 갈수록 선생을 기억하고 추도식을 찾는 이들마저 줄어들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9년째 추도식 이어온 윤여연씨
9년째 추도식 이어온 윤여연씨
2000년 1주기 추도식 때는 전세버스를 5대나 빌리고도 참석자들을 모두 태우지 못할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30여명만 모여 조촐하게 추도식을 열었다. 주변의 후원도 뚝 끊겨 윤씨 혼자 추도식 경비를 부담해야 하는 처지다. 신문 광고비와 버스 임대료, 참석자 점심식사 등을 마련하려면 보통 130만∼140만원의 경비가 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치권에 있는 민주화운동 인사들이 조금씩 도와줘 부담을 덜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선거를 앞둔 탓인지 후원이 전혀 없네요.”

윤씨가 대표로 있는 대동인쇄소는 전두환 정권 당시 거리에 뿌려진 민주화운동 세력의 ‘불법’ 선전물 인쇄를 도맡아 처리하면서, 당시 ‘운동권’ 사이에선 꽤나 친숙했던 곳이다. 윤씨 자신도 숭실대 총학생회장과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사무국장을 거치면서 80년대 두번이나 투옥됐고, 120일 동안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윤씨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히 잊혀져 가고 있는 계훈제 선생의 추도식을 10년 가까이 도맡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선생의 노력으로 자유의 억압은 완화됐지만 자본에 의한 차별은 여전한 만큼, 이 시대에 선생의 삶이 갖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번 9주기 추도식은 선생이 작고한 뒤 처음으로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맞이하는 추도식”이라며 “저마다 운동의 위기라고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운동의 지형이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헌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헌신, 오로지 헌신밖에 몰랐던 선생이 더 그리워지는 이유입니다.”

계훈제 선생의 9주기 추도식은 오는 14일 낮 12시 경기 마석 모란공원 묘소에서 열린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