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3일 추락한 유엔 소속 헬기에 탑승한 한국군 박형진(육사38기.50) 중령. 합참 제공
아내 "나라를 사랑했던 남편"…전방부대장 시절 사병인기 '한몸'
이메일 보낸 `자녀사랑'…"아버지는 모든 것 막아주는 산같은 존재"
이메일 보낸 `자녀사랑'…"아버지는 모든 것 막아주는 산같은 존재"
네팔에서 유엔 PKO(유엔평화유지활동) 임무활동을 위해 헬기에 탑승했다 추락사고를 당한 박형진(50.육사38기) 중령의 가족은 4일 사고 소식에 넋을 잃은 듯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박씨 집에는 아내 신난수(48)씨와 딸 박은희(24)씨, 군복무 중 부친의 사고소식을 듣고 황급히 휴가를 나온 아들 박은성(25)씨 등이 모여 앉아 박씨 생환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밀려오는 슬픔을 참지 못했다.
신씨는 "아직은 사망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으니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서 "남편은 책임감이 강하고 나라를 굉장히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남편이 애당초 3월 18일 귀국하려고 비행기표까지 끊어놨는데 네팔정국이 불안해 귀국이 4개월 미뤄졌다"며 "며칠 전 헬기를 타고 정찰을 가기 전에 전화통화를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신씨는 "남편이 공수부대 출신이어서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남편의 생환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신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1월 10일 네팔로 건너가 남편과 20일 정도를 함께 보낸 일을 얘기하며 당시가 떠오르는 듯 눈물을 쏟아냈다.
박 중령은 1999년 강원도 양구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하면서 부대관리에 으뜸을 보여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은 것은 물론 사병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대대장 복무를 마치면서 사병들이 직접 만든 사진앨범을 선물받기도 했다고 신씨는 떠올렸다. 딸 은희씨는 "아버지는 우리 가족에게는 모든 것을 막아주는 산같은 존재였다"며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믿어지지 않고 마치 꿈만 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박 중령은 미국 근무 시절 자녀들을 데려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졸업 뒤 취업비자를 받은 아들의 군입대가 다가오자 곧장 아들을 귀국시켜 군에 입대하도록 엄격하게 가르쳤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신씨는 "군에 있는 아들이 얼마 전에 훈련을 받으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했지만 남편이 '그런 훈련은 아버지도 매일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서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며 "아이들이 아버지를 많이 자랑스러워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중령은 고교시절 뛰어난 성적을 받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육사를 선택했으며 영어에도 능통해 네팔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그루지야에 파견돼 1년 반가량 일할 정도로 문무를 겸비한 실력파 군인으로 평가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속초에 살고 있는 박 중령 노모는 아들의 사고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크게 받아 실신했고 현재 몸져 누워있는 상태다. 이날 수원에서 오빠 집을 찾은 박 중령 여동생 순덕(43)씨는 "오빠는 과묵했지만 모든 일에 뛰어나 무척 자랑스러웠다. 지난 여름 마지막으로 오빠를 봤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니…"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한편 이날 박 중령이 설을 앞두고 네팔 현지에서 두 자녀에게 보낸 이메일이 공개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 중령은 자녀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구정 잘 보내고, 은희는 공부 열심히 하고 은성이는 군생활 이제 1년도 안 남았으니까 항상 조신있게 행동하고, 제대 후의 생활도 어느 정도 정리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며 고된 임무수행 중에도 자녀들에 대한 사랑과 걱정을 나타냈다. 그는 "아빤 3월 혹은 4월 10일 이후에나 휴가가 가능할 듯하다. 그렇게 알고 있고…"라며 귀국에 대한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박 중령 등 10여 명을 태운 유엔 헬기는 3일 오후 4시20분께(현지시간)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도중 악천후를 만나 카트만두 동남쪽 78㎞ 지점 라메찹 지역에서 추락했으며 아직 정확한 생존자가 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 중령은 1999년 강원도 양구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하면서 부대관리에 으뜸을 보여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은 것은 물론 사병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대대장 복무를 마치면서 사병들이 직접 만든 사진앨범을 선물받기도 했다고 신씨는 떠올렸다. 딸 은희씨는 "아버지는 우리 가족에게는 모든 것을 막아주는 산같은 존재였다"며 "의학전문대학원에 합격해 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지금 이 순간이 믿어지지 않고 마치 꿈만 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박 중령은 미국 근무 시절 자녀들을 데려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졸업 뒤 취업비자를 받은 아들의 군입대가 다가오자 곧장 아들을 귀국시켜 군에 입대하도록 엄격하게 가르쳤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신씨는 "군에 있는 아들이 얼마 전에 훈련을 받으면서 정말 힘들었다고 했지만 남편이 '그런 훈련은 아버지도 매일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서 무척 자랑스러워 했다"며 "아이들이 아버지를 많이 자랑스러워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중령은 고교시절 뛰어난 성적을 받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육사를 선택했으며 영어에도 능통해 네팔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그루지야에 파견돼 1년 반가량 일할 정도로 문무를 겸비한 실력파 군인으로 평가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도 속초에 살고 있는 박 중령 노모는 아들의 사고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크게 받아 실신했고 현재 몸져 누워있는 상태다. 이날 수원에서 오빠 집을 찾은 박 중령 여동생 순덕(43)씨는 "오빠는 과묵했지만 모든 일에 뛰어나 무척 자랑스러웠다. 지난 여름 마지막으로 오빠를 봤는데 이제는 볼 수 없다니…"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한편 이날 박 중령이 설을 앞두고 네팔 현지에서 두 자녀에게 보낸 이메일이 공개돼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박 중령은 자녀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구정 잘 보내고, 은희는 공부 열심히 하고 은성이는 군생활 이제 1년도 안 남았으니까 항상 조신있게 행동하고, 제대 후의 생활도 어느 정도 정리하면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며 고된 임무수행 중에도 자녀들에 대한 사랑과 걱정을 나타냈다. 그는 "아빤 3월 혹은 4월 10일 이후에나 휴가가 가능할 듯하다. 그렇게 알고 있고…"라며 귀국에 대한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박 중령 등 10여 명을 태운 유엔 헬기는 3일 오후 4시20분께(현지시간)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도중 악천후를 만나 카트만두 동남쪽 78㎞ 지점 라메찹 지역에서 추락했으며 아직 정확한 생존자가 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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