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할 때는 각 서류별로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민형기 재판관)는 지난 2005년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ㄱ씨가 “변호인이 사건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여러 차례 신청했으나 검사가 거부해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을 각하했으나, “검사가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거부할 때는 거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ㄱ씨에 대한 선고가 이미 확정됐기 때문에 헌법소원이 인용된다 하더라도 권리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비록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각하했으나, 열람·등사 거부 때 각 서류별·문건별로 거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불허가통지서를 작성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거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해야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지난 2005년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철거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의 뇌물수수)로 기소됐다. ㄱ씨는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이 검찰에 수사기록의 열람·등사를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거부당하자, 같은 해 4월 헌법소원을 냈다. 검사는 같은 달 말께 수사기록 가운데 ㄱ씨의 진술서 등 일부만 등사해주고, 나머지 서류들은 불허사유란에 ‘수사보고서 등’이라고 적는 등 개괄적으로 불허가통지서를 작성해 ㄱ씨에게 보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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