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장애를 딛고 강단에서 다시 선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5일 자연대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신마비’ 딛고 강단 복귀한 서울대 이상묵 교수
한해 두세달은 배를 타고 적도와 태평양을 누비며 바다를 연구했던 이상묵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지난 2006년 연구조사차 방문했던 미국에서 자동차 전복 사고를 당한 뒤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다. 석달에 걸친 치료로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척추를 심하게 다쳐 목 아래가 마비된 것. 전신을 움직일 수 없을 뿐 아니라, 횡경막만으로 숨을 쉬기 때문에 호흡도 가쁘다. 무엇보다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제자 이혜정(당시 24)씨를 잃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지난해 1학기부터 다시 강단에 섰다. 움직이는 것은 전동 휠체어에 의지했고,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한 컴퓨터로 생활에 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해결할 수 있었다. 손발을 움직일 수 없어 컴퓨터는 입을 통해 움직이는 마우스로 조작한다. 입으로 커서의 방향을 조정하고 불거나 빠는 동작으로 왼쪽·오른쪽 마우스 클릭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도구의 도움과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이 교수는 예전과 다름없이 활동적인 연구자로, 교육자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세상을 떠난 제자의 소식을 병상에서 뒤늦게 들었을 때는 강단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의에 빠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미국에서는 배에 인터넷이 있으니, 다시 바다에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삶을 긍정하고 있다.
올해는 원래 안식년이라 강의가 없지만, 도움을 많이 줬던 동료 교수를 대신해 ‘바다의 탐구’ 과목 강의를 자청해 맡았다. 이 교수는 “팔을 쓰지 못하는 장애인들도 입과 음성인식을 통해 움직일 수 있다”며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이 컴퓨터 등을 이용해 삶의 활력을 스스로 찾고 사회와 직장에 복귀해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구뿐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이 더 나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시다.
이 교수는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스티븐 호킹이 걸린 루게릭병은 원인도 치료법도 모르는 병으로, 루게릭병에 걸린 분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며 “그에 비하면 나는 ‘럭키’한 편”이라고 말했다.
권오성 기자 5thsa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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