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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중앙일보 기자님의 애첩행각…그만하면 안되겠니?!

등록 2008-03-06 16:57

3월 5일자 10면.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은 홍 회장 출두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  기사는 사진 한장 실리지 않은 채 하단에 짤막하게 배치되었다. 다른 신문들과는 대비되는 편집이다.
3월 5일자 10면.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은 홍 회장 출두 현장에 출동했지만 이 기사는 사진 한장 실리지 않은 채 하단에 짤막하게 배치되었다. 다른 신문들과는 대비되는 편집이다.
불면증으로 약을 받으러 병원에 가려고 휴가를 냈는데,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그냥 종일 걸어다니다가 하루가 갔다. 약은 받지 못했고 앞으로 며칠을 또 못잘지 몰라도 아직 쌀쌀한 바람을 뚫고 당도하는 봄볕 속에 종일 걸으며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필통 이웃분이 추천한 만화를 빌리러 만화가게를 왔다가 PC를 열었는데, 간만에 맛 본 이 평화스러운 기분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홍석현 사장의 출두와 관련한 중앙일보의 기사는 유감인 정도가 아니라 불쾌하기 짝이 없다.

중앙일보 기자님들의 이런 고매한 행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전에 홍석현 사장이 검찰에 출두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렴풋한 기억으로도 상황은 이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까지 반복 되어 온 중앙일보의 편파적인 보도 행각은 굳이 나서서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중앙일보를 옹호 하냐 아니냐를 떠나 한국에 중앙일보를 순수 언론으로 보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마는, 중앙일보 일반 사무직원도 아니고-사무직원은 그래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소속 기자가 해야 할 취재를 포기하고 몸으로 사주에게 충성하는 행위로 뉴스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한낮 대로에서 그럴듯한 옷을 걸쳐 입고 세인의 눈을 무시하고 난교를 벌이는 남녀를 보는 것만큼 민망하다. 그들은 자기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그 모습이 얼마나 낯 뜨거운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소임이 그런 행위를 취재하여 전달하고 고발해야 하는 일임을 감안할 때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나는 지금까지 통상 이렇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과잉 충성하여 벌어지는 해프닝을 보면서 윗사람이 나쁜 것이라고 비판해 왔지만 이번에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 그들은 기자다. 사보기자가 아닌 일간지 기자로서의 사명을 생각한다면, 일반 샐러리맨들이 소속집단에 대한 무지한 충성심이나 이기적 복종심으로 이런 행동을 해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할 그들의 이러한 자발적 애첩행각은 그들의 기자로서의 자질 그 자체를 의심하게 하는 동시에 그들이 앞으로 언론으로, 언론인으로 존재해도 되는지를 심각하게 우려하게 만든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취재하고 기사 써야 할 시간에 자사 사장 보호하기 바쁘신 그들은 중앙일보를 다니고 싶은 것인가 언론인이고 싶은 것인가? 일간지 기자이던 사보 기자이던 상관없이 중앙일보 사원이고 싶으셨던 건 아닌가? 기자증 목에 걸고 카메라로 1인 시위조차 가리고 싶었던 그들은 기자행세를 하고 싶은 것인가 기자이고 싶은 것인가? 혹시 기자도 아닌 주제에 나불거리는 내 말이 불쾌하신가? 그렇다면 기자로서의 자존심이 담긴 기사를 써서 보여 달라. 써봐야 편집에서 잘릴 테니 어려우신가? 그럼 취재 현장에서 애첩 행세라도 하지 말고 기자인척이라도 하고 있으시기 바란다.

요 며칠 고민이 많았다. 나는 삼성특검에 관심이 많고, 김용철 변호사를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BBK 특검이 삼성특검을 방패삼아 어물쩍 덮어진 형국이 된 것이 못내 찜찜해서 어쩌면 삼성도 지네 나름대로는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순한 생각을 하다가도 확 뒤집어지는 지점들이 이렇게 비뚤어진 충성심이나 뻔뻔함을 볼 때인데 그것은 비단 나 하나만이 아닐 것이다. 기왕에 내세우는 초일류라면, 이왕에 당하는 매질이라면, 좀 다르게 보여줄 순 없나? '행위는 괘씸하나 대응은 얄밉도록 멋지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말이다. 아마 이 지점에서 이 시각, 홍석현 사장을 비롯해 삼성 수뇌부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망신 없는 대응 좀 안되겠니? 들이댈 때 들이대는 인재경영은 안되겠니?"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억울할 건 없다. 다 그동안 자발적이고 가식적인 충성을 요구해온 자업자득들이니 말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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