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9가구에 “집 비워라” 삶터 쫓겨날 위기에 자살까지
“미군 폭격 연습이 멈춰 이제 살만하다 했더니 쫓겨나는 처지네요.”
반세기 동안 계속된 미군 폭격연습이 멈춘 경기 화성시 매향리 쿠니사격장 주변에서 42년을 살아온 주민 김월선(62)씨는 6일 “집이 철거되면 어디로 가냐”며 답답해 했다. 김씨는 지난달 11일 매향리 753-18 2칸짜리 슬레트 집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곳의 땅을 경매로 사들인 땅 주인이 보낸 것이다. 김씨와 같은 지번에 모여 사는 8가구 20여명도 같은 처지다.
2005년 8월 지상사격장(54만여평)이 폐쇄된 매향리는 생태공원이 조성된다는 소식에 외지인의 발길이 늘고 있다. 땅값도 크게 올랐다. 불과 3년 전에 3.3㎡당 20만여원이던 기지 앞 논·밭은 100만원에 팔릴 정도다.
하지만 오른 땅값 때문에 일부 주민들은 수십년 동안 살아온 집에서 나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남의 땅이지만 집 짓고 살았는데 이 땅(2748㎡)이 1억4천만원에 경매로 팔린 것이다.
김씨 등이 사는 곳은 ‘피난민촌’으로 불린다. 6·25 한국전쟁때 황해도에서 피난 온 70~80가구의 주민들이 매향리 땅 주인들의 승락을 받아 집을 짓고 정착했다. 집세는 품앗이나 쌀로 냈다. 농지가 없던 주민들은 동네 앞 농섬에 양식장을 만들고 굴과 바지락을 채취하거나 사격장에서 탄피를 주워서 40년 넘게 생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미군의 폭격 연습이 멈춰 살만하다고 느끼던 지난해 4월, 외지인인 새 땅 주인이 김씨 등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새 주인은 퇴거 요구에 이어, ‘건물을 철거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지난해 12월13일 수원지법에서 승소했다.
그 사흘 뒤인 16일에는 주민 강아무개(64)씨가 집에서 농약을 먹고 숨졌다. 주민들은 철거 불안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강씨의 아들(27)은 “나도 철거 통보를 받고 놀랬는데 평생을 이곳에서 산 아버지의 충격은 얼마나 컸겠느냐”며 “장애인인 어머니와 이젠 어디로 가느냐며 상심한채 술만 드시다가 세상을 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땅 주인의 대리인인 양아무개씨는 “주민들을 스무번도 더 찾아가 사정했다. 법원의 판결과는 별도로 1년 반 동안 살고 이사비로 가구당 850만원을 주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법정에서 이사비로 3천만원을 요구하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만 했다”며 “그래서 철거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땅 주인은 주민들이 나가면 이곳을 정비한 뒤 다시 팔 예정이다.
주민들은 3.3㎡당 16만원에 경락받은 이 땅을 되팔면 땅 주인은 4~5배의 이익을 남길 것이라고 말한다. 주민 최용운씨는 “평생 이곳에서 살아왔는데 늙어서 어디로 가겠느냐”며 “주변 시세를 따져 이곳 땅을 사서 살 수 있도록 현재 항소중”이라고 말했다. 매향리 피난민 정착촌을 만들 당시 총무였던 이웃마을의 주민 강찬희(76·석천4리)씨는 “매향리는 당시 나무가 거의 없는 황무지였다”며 “그동안 피난민 중 일부는 땅을 사기도 했지만 이들 9가구는 형편이 어려워 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화성/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주민들은 3.3㎡당 16만원에 경락받은 이 땅을 되팔면 땅 주인은 4~5배의 이익을 남길 것이라고 말한다. 주민 최용운씨는 “평생 이곳에서 살아왔는데 늙어서 어디로 가겠느냐”며 “주변 시세를 따져 이곳 땅을 사서 살 수 있도록 현재 항소중”이라고 말했다. 매향리 피난민 정착촌을 만들 당시 총무였던 이웃마을의 주민 강찬희(76·석천4리)씨는 “매향리는 당시 나무가 거의 없는 황무지였다”며 “그동안 피난민 중 일부는 땅을 사기도 했지만 이들 9가구는 형편이 어려워 땅을 마련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화성/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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