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6일 오후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모항교회에서 기름 유출사고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하기 위해 안마 봉사를 하고 있다. 태안/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안마사 120명, 태안주민 안마해주기 봉사활동
“저번에 왔을 때보다 기름 냄새가 많이 줄어들었네요.”
6일 오후 2시께 충남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 모항교회 앞. 주민들의 어깨와 목을 풀어주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던 이근혜(29)씨가 입을 열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이씨는 냄새로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을 느꼈다. 이번이 두번째 태안 방문이다. 이씨는 “주민분들이 오랜 방제작업 때문인지 다들 어깨와 목이 많이 뭉쳐 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 120명이 기름유출 사고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태안 지역을 찾아 ‘특별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앞을 볼 수 없어 방제작업에 나설 수 없는 이들이 선택한 것은 주민들 ‘안마해 주기’다.
이날 오후 2시에서 저녁 8시까지 소원면 의왕리 노인회관, 모항리 모항교회 등지에서 진행된 안마 봉사장을 찾은 태안 주민들은 내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40여분 동안 안마를 받은 최장요(54·소원면 모항리)씨는 “방제작업을 하다 곧바로 와서 기름 냄새가 많이 나는데, 옷이라도 갈아입고 올 걸 그랬다”며 “요즘 봉사활동 오는 분들도 많이 줄었는데, 이렇게 와 안마를 해주니 너무 고맙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시각장애인인 정화원 의원(한나라당)한테 안마를 받던 가소산(93·모항리)씨는 “1년에 한두 번 손자들이나 와야 안마를 받는데, 우리 몸을 풀어준다고 여기까지 와주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안마사들은 온 국민이 다 나서서 태안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들도 태안 주민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 안마 봉사를 택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대한안마사협회, 한빛맹학교 등이 함께 꾸린 대규모 봉사단은 이날 방제작업에 지친 주민 500여명의 굳은 몸을 풀어줬다.
임성철(77)씨는 “태안 주민들이 건강을 많이 해쳤다는 뉴스를 듣는데 ‘그거 내가 침 한 방 놓으면 싹 낫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실명하기 전에 태안 앞바다를 찾아와 깨끗할 때의 모습을 봐두지 못한 것이 좀 아쉽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주민들에게 500여만원의 성금도 전달했다.
태안/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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