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경기 화성 동탄 새도시 솔빛초등학교 2학년1반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수업 도중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곳은 본디 교무실이었지만 학생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교실로 개조돼 지난 3일부터 학생들이 쓰고 있다.
솔빛초등 학급당 45명 ‘콩나물 교실’ 아우성
입주민 이기주의성 민원·수요예측 잘못 때문
입주민 이기주의성 민원·수요예측 잘못 때문
“우리 반 교실은 음악실입니다. 1학년 동생들은 보건실, 2학년은 교무실에서 공부해요.”
6일 오전 찾은 경기 화성 동탄 새도시의 아파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솔빛초등학교. 여느 학교처럼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으로 생기가 넘쳤다.
그러나 학교를 둘러보자 금세 숨이 막혔다. 학생 폭증으로 모든 학교 공간이 교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교무실은 2학년, 음악실과 미술실은 각각 5학년과 3학년 교실로 이용되고 있다. 보건실과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반 교실도 갓 입학한 1학년들 차지다.
학급당 38명 이하를 유지하라는 교육 당국의 지침은 무용지물이 됐다. 4학년은 한 학급에 45명이 편성됐고, 1학년 학생들도 40명을 웃도는 ‘콩나물 교실’에서 배움의 첫발을 내딛고 있다.
지난 3일부터는 10개 학급은 교실 안에서 점심을 먹는 ‘교실 배식’을 하고 있다. 30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급식실이 있지만, 학생이 늘어 제때 식사를 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일 24학급으로 문을 연 이 학교는 당시에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아파트 입주로 곧 18개 학급에 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난 겨울 방학에만 300여명이 무더기로 전학 와 현재는 1278명의 어린이들이 31개 교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꿈의 미래형 복합도시’란 이름이 붙은 동탄 새도시에 학생들이 넘쳐 터질 것 같아 이름 붙여진 ‘폭탄 학교’까지 등장한 까닭은 복합적이다. 당국의 학생 수요 예측이 빗나가기도 했지만, 애초 이 학교 주변에 계획된 목리초교 설립이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목리초교 예정지와 붙어 있는 아파트 주민들은 학생도 없는데 학교를 짓는다며 ‘예산 낭비’라며 교육청을 압박했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목리초교가 들어서면 이곳의 자녀들은 솔빛초교가 아닌 가까운 목리초교로 다녀야 하는데, 이 학교는 인근의 임대아파트 자녀들도 입학할 수 있다. 임대아파트 주민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설립을 반대한 진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 아파트 사업자가 애초 2661가구를 짓기로 한 계획을 바꿔 아파트 크기를 늘리는 대신 가구수를 1281가구나 줄였다. 집단민원으로 골머리를 앓던 교육청은 가구수 감소로 학생 수요가 줄었다며 지난 2월1일 이 학교 설립을 포기하고 말았다. 솔빛초교 이홍청 교장은 “학생 폭증으로 금새 학교가 터질 지경인 것이 사실”이라며 “당장 8개 교실 증축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의 배려와 적절한 학생 수 조정을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든 피해는 어린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지난해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동탄 새도시는 현재 1만3천여 가구가 입주했고 올 연말까지 1만9천여 가구가 더 입주할 예정이다. 화성/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이런 상황에서 인근 아파트 사업자가 애초 2661가구를 짓기로 한 계획을 바꿔 아파트 크기를 늘리는 대신 가구수를 1281가구나 줄였다. 집단민원으로 골머리를 앓던 교육청은 가구수 감소로 학생 수요가 줄었다며 지난 2월1일 이 학교 설립을 포기하고 말았다. 솔빛초교 이홍청 교장은 “학생 폭증으로 금새 학교가 터질 지경인 것이 사실”이라며 “당장 8개 교실 증축에 나섰지만 학부모들의 배려와 적절한 학생 수 조정을 위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모든 피해는 어린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지난해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동탄 새도시는 현재 1만3천여 가구가 입주했고 올 연말까지 1만9천여 가구가 더 입주할 예정이다. 화성/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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