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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블로그] 노무현 마을로 보내는 봄편지

등록 2008-03-07 13:48

노무현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저 밖으로 슬리퍼를 신은채 잠깐 나와 관광객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사저 밖으로 슬리퍼를 신은채 잠깐 나와 관광객들에게 ”안녕하세요”라는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김해=연합뉴스)
반도의 남쪽에서 지난 가을 단풍길을 거슬러 봄기운이 산하를 녹인다. 올해는 꽃소식이 일주일 가량 늦다지만 사람꽃이 핀다는 소식이 봄보다 빨리 전해왔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봉하마을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안주인의 명령(?)에 팔을 걷어붙이고 새집 단장 걸레질을 하고 있지도 모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무현님 나오세요."라는 관광객의 외침을 거절하지 못해 밖으로 나와 손을 흔들며 반기는 모습은 마치 소년 같았고 장화를 신고 동네 개울에 나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였다.

사람들은 왜 고향으로 내려간 정객을 만나러 갈까. 지금까지 우리는 퇴임 후 거드름을 피우거나 잡혀가는 대통령을 보아 와서인지 그의 퇴임 후 생활이 유별나게 보인다. 아니 별난 게 아니라 원래 자연스러워야 하는 게 유별난 게 되어 버렸다. 우리 사는 세상의 통속에 물들어 살다보니 원래의 모습을 잃고 있었다는 말이다. 사람 냄새가 그리워서가 아닐까.

이 글에서 그의 정치적 의미 서술하고 싶지 않다. 그냥 자연인 노무현이 질펀한 세상에 장화를 신고 뛰어들어 분투할 때 때로는 감동을 때로는 실망을 주기도 했지만 그 흔적에 배어나는 향기가 우리에게 사람 냄새의 그리움을 일깨워 주었다는 것은 말하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의 향기를 찾아 봉화마을에 가는 게 아닐까 싶다.


이제 그는 뉴스에서 멀어져 간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그의 인터넷 마을에 가면 언제든지 그를 만날 수 있다. 그의 마을은 봄 개나리를 닮은 노란 꽃이 언제나 피어있다. 그곳에는 사람도 함께 핀다. 이제는 정치인 노무현을 지지하는 '노빠'가 아니라 자연인 노무현을 좋아하는 '노빠'들이 모여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공존을 생각하는 담론의 꽃도 피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공존을 생각하는 담론'의 생산 기지가 없다. 노무현의 마을이 그 기지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자꾸만 자연 생태계가 망가지고 인간의 정서가 황폐해 지는 이 세상을 향해 좋은 집, 좋은 차가 없어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종이비행기를 날려 주었으면 한다.

우리의 2세들에게 콩 심으면 콩 나고 팥 심으면 팥 나는 진리는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치는 마을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들이 자라 이 세상의 주역이 되면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은 제 자리에 두는 그런 세상에서 살게 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우리 시대에 인간 노무현의 존재가치가 아닐까 싶다. 그가 퇴임 후 무엇을 그려야 하는지 알고 그림을 그려두었으리라. 그래서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 노무현 마을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정겨운 담론이 이 세상을 봄처럼 화사하게 만드는 씨알이 되기 바란다. 그리하여 누구라도 노무현 마을에 가면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2008. 봄. 한겨레 필통, 마음맑은아침햇살)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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