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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본이라면 주위서 ‘사회 부적응’ 걱정할 것”

등록 2008-03-07 14:24

점심시간에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고시식당'에 찾아간 일본 청년 시민단체 회원들이 식사하고 있는 수험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식당 곳곳을 둘러 봤다.
점심시간에 수험생들이 자주 찾는'고시식당'에 찾아간 일본 청년 시민단체 회원들이 식사하고 있는 수험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식당 곳곳을 둘러 봤다.

[현장] 일본 시민운동단체 ‘노량진 고시촌’을 찾다
“화장실은 어디?” “여자친구 와도 돼요?”…질문 세례

3월4일 오후 2시, 서울 노량진 ‘고시촌’ 일대에 봄을 시샘한 눈이 내렸다. 바람도 매서워 체감온도는 더 떨어졌다. 하지만 고시촌은 추워보이지 않는다. 3월말부터 시작될 여러 국가고시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모여들어 뿜어내는 열기 때문이다.

이날 노량진 고시촌엔 낯선 손님이 찾아 왔다. 이소다 고지(35), 코가 와가코 등 일본 젊은이 여섯 명이 “한국의 고시촌을 체험하고 싶다”며 노량진을 방문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초청으로 온 이들은 일본 사회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교육도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후리타(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들) 등을 지원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는 일을 하는 시민운동단체 소속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희망청’(대표 박광철·20대가 건강하게 사회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네트워킹센터)과 함께 한국의 고시촌을 둘러봤다.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의 고시촌을 어떻게 보았을까?

“잘 정비돼서 무척 놀랍고 신기해”

[%%TAGSTORY1%%]

# 한국 학원가 ‘넘버3’ 노량진 고시촌

노량진 고시촌은 사법시험과 행정고시의 ‘메카’인 신림동 고시촌, 대치동 대입 학원가와 쌍벽을 이루는 한국의 3대 학원가에 속한다. 대졸자뿐 아니라 휴학중인 대학생, 직장인까지 ‘공무원’의 꿈을 품은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안정적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불안이 증대되면서, 젊은이들은 전문직(한의사, 의사, 약사 등)과 공무원으로 몰리고 있다. 대학생 직업선호도 조사에서도 공무원이 1위를 차지한 지 오래다.

취재진이 찾은 노량진 고시촌 일대는 지갑이 얇은 학생들을 위한 1000원짜리 먹을거리와 생필품, 저렴한 고시생 전용식당 등이 갖춰져 있었다. 성인오락실, PC방, 당구장 등도 몰려 있다.

# 무한 리필! 고시식당

O부페라는 이른바 ‘고시식당’을 찾았다. 커다란 접시에 가득 담은 밥과 반찬, 후식까지 그리고 ‘무한 리필’이 가능한 이 식당의 밥값은 한 끼에 3000원이다. 식권 10장을 구입하면 26000원, 이렇게 식권을 구입하면 2600원에 먹을 수 있는 셈이다. 김석채 ㅅ 자습실 실장(31)은 “고시식당은 독서실이나 고시원과 연계해 식권을 구입하면 더욱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고 소개했다.

고시식당을 둘러본 쓰카모토 다쓰야씨는 “수험생들을 위한 식당까지 있다니, 수험생들을 위한 환경이 잘 정비되어 있어 무척 놀랍다”며 “여기서 한국 친구들과 밥 한 번 먹어보고 싶다” 고 말했다.

일본 청년 시민단체 회원들은 노량진에 위치한 새롬 독서실에 찾아가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일본 청년 시민단체 회원들은 노량진에 위치한 새롬 독서실에 찾아가 공부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 “쉿! 여기서부터는 조용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2평 남짓한 공간, 외부와 소통이 단절된 지하의 좁은 독서실을 찾은 일본 젊은이들은 순간 눈이 휘둥그래졌다. 작은 책상 위에는 두꺼운 책과 노트, 휴대폰 충전기, 전자시계 등이 놓여 있었다. 그 옆으로 요점정리가 가득 적힌 메모지들과 앙 다문 각오들을 적은 메모까지 다닥다닥 붙었다. 공부와 한판 전투를 치르는 듯 분위기는 비장했다.

일본인들은 하나 같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독서실을 둘러보니)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한 번 놀랐고, 옆에서 같이 공부하면 동기가 생겨서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참 재미있는 경험인데, 일본에 독서실과 같은 시설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하는 생각을 해봤다”(이소다 고지)

“일본에는 독서실 같은 공간이 전혀 없다. 각자 공부하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한국의 독서실 같은 시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코가 와가코)

# “혹시 자살한 사람은 없나요?”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노량진 주택가 밀집 지역에 있는 고시원. 주인이 비운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상과 책장 그 밑으로 침대매트가 놓여 있다. 취재진과 함께 일본 방문객 몇 명이 방안에 들어서니 어느새 방 안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결국 두 명은 침대 위에 앉아야 했고, 취재진은 책상 위로 올라가 카메라를 들어야 했다.

좁은 방에서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화장실은 어디 있나요?”

“샤워하는 곳은 요?”

“여자친구가 놀러와도 괜찮은가요?”

“이 방에서 공부해서 합격한 사람도 있나요?”

“혹시 자살한 사람은 없나요?”

고시원을 찾아간 일본 청년 시민단체 회원들은 주인이 비운 방에 머물며 여러 질문을 했다.
고시원을 찾아간 일본 청년 시민단체 회원들은 주인이 비운 방에 머물며 여러 질문을 했다.

야마모토 시게르씨(32)는 “방 주인에게 미안하지만, 이런 곳에서 오래 생활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것 같다”며 “정신치료 프로그램은 있나요? 그런 것이 필요할 것 같다” 고 말해 방안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히토고토대(31)는 “젊은 친구들이 꿈을 가지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국과 일본 사회가 함께 그런 자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노량진 고시촌 일대를 소개한 김석채(31)씨는 일본 손님들에게 “소개한 곳은 노량진 고시촌 수험생들의 애환과 간절함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글·영상 <한겨레> 영상미디어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희망청’은 = 재단법인 실업극복국민재단 ‘함께 일하는 사회’가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7명의 20대가 모여 20대의 건강한 사회 나가기(데뷔)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한겨레는 ‘희망청’과 함께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한 등록금, 정치 참여 등 ‘88만원 세대’의 다양한 고민을 함께 소통하고 풀어보는 사회적 캠페인 ‘88 무브먼트 미디어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88 무브먼트’ 캠페인은 <인터넷한겨레>를 통해 4월부터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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