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배심원제 ‘감성재판’ 안흐르게 차단
젖먹이 안고 증언…피투성이 증거화면…
지난달 12일 사상 첫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대구지법 11호 법정. 강도상해 혐의로 법정에 선 피고인 이아무개(27)씨의 변호사가 이씨의 미혼모 여동생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젖병을 물린 아이를 안고 나온 여동생은 “오빠가 사채에 시달리다 어쩔 수 없이 범행을 저질렀다”며 배심원들을 향해 선처를 호소했다. 검찰 역시 이씨의 주먹에 맞아 피를 흘리고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는 피해 할머니의 얼굴과 핏자국이 가득한 범행현장을 파워포인트로 제시했다. 범행장면 재연 사진도 등장했다. 배심원단은 변호인의 주장대로 이씨의 자수 사실을 인정한 뒤, 만장일치로 집행유예 의견을 냈다.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국민참여재판에서 변호인과 검찰이 배심원의 감성에 호소하는 ‘감성재판’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와 관련해, 법원이 법관의 적절한 소송지휘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김용담 법원행정처장과 전국 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이 모인 가운데 ‘전국 수석부장회의’를 열어 국민참여재판과 개정 형사소송법 정착 방안 등을 논의했다.
수석부장들은 유·무죄에 대한 판단과 양형 결정을 법률과 증거에 의해서만 배심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재판장이 충분히 설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배현태 대법원 홍보심의관은 “국민들의 시각으로 재판을 보자는 국민참여재판을 모두 감성재판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며 “변호인과 검사가 사건의 핵심과 상관 없이 합리적인 선을 벗어나 양형이나 유무죄를 이끌어내서는 안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수석부장들은 또 기존의 보증금을 통한 보석말고도 출석보증 등 여러 보석조건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재판을 통한 방어권 보장이라는 보석제도의 본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약서제출 △약정서제출 △제3자 출석보증 △담보제공 등의 보석조건을 새로 마련했다. 배 심의관은 “새 형소법에 따라 사건마다 피고인들이 가지는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보석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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