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관리 범위안” 판결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사무실 안의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 의식을 잃고 숨진 송아무개(당시 41)씨의 가족이 유족급여 지급 등을 거절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송씨의 죽음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며 가족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 2003년 7월 도로공사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송씨는 현장 소장실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 좌변기에 앉은 채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숨졌다. 가족들은 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요구했지만, 공단이 이를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은 송씨의 사망 원인을 업무 스트레스와 ‘발살바 효과’에서 찾았다. 이탈리아 해부학자의 이름을 딴 발살바 효과는 운동을 하거나 대변을 볼 때 숨을 멈추고 아랫배에 힘을 주면 심장으로 들어오는 피의 양이 줄어 의식을 잃거나 심장병을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당시 송씨의 부하직원이 소장실 밖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고, 화장실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범위 안에 있었던 점 등에 비춰 송씨의 배변행위는 업무에 수반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소장은 잦은 설계변경과 공사비 변화 등으로 스트레스가 심한데, 의학적 견해에 따르면 이는 심장질환을 유발, 악화시킬 수 있다”며 “송씨는 심장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발살바 효과로 갑자기 죽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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