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을 밝히고 미래를 살핀다" 60일 수사 자평
경영권 승계ㆍ뇌물 의혹 주력할 듯..이 회장 소환시기 저울질
경영권 승계ㆍ뇌물 의혹 주력할 듯..이 회장 소환시기 저울질
삼성 비자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9일 기본 수사기간(60일)을 종료함에 따라 수사기간을 한차례 늘려 10일부터 `연장전'에 본격 돌입한다.
특검팀은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서는 일부 진전을 봤지만 불법 경영권 승계 및 정ㆍ관계 로비 등 두가지 의혹과 관련해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향후 수사력도 이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30일간의 추가 수사기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소환 시점 및 기소 여부, 현 정부 고위 관료과 검찰 수뇌부급 인사 등 공무원들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 성패 등이 관전 포인트가 된다.
◇비자금 수사 `진전' = 특검팀은 출범 첫달 차명의심 계좌 명의자인 삼성 임ㆍ직원들을 불러 조사했지만 당사자들이 대부분 차명 의혹을 부인하면서 실체 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다.
다음달, 수사진은 지난 10년간 그룹 전ㆍ현직 임직원들 3천453명 중 삼성증권에 개설한 계좌들을 모두 뒤지는 `저인망식 수사전략'을 구사한 결과 1천800여명의 차명의심 계좌 3천800개를 찾아냈다.
특히 이 계좌들 중 1천300여개는 명의자가 잡아떼더라도 확실한 차명계좌라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중 600여개 계좌는 자체적으로 거래내역을 추적하고 나머지 700여개는 금융감독원에서 검사 및 조사를 벌이고 있다.
향후 수사는 비자금의 원천과 사용처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나 뇌물살포 등 의혹이 확인될지 주목된다.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 `부진' 극복할까 = 에버랜드 사건 등 4건의 고소ㆍ고발 사건 등이 해당되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은 삼성 사건의 핵심으로 불리지만 수사진이 이렇다 할 결실을 거두지 못한 분야로 평가된다.
이재용 전무에게 계열사 지분이 헐값에 넘어가 부당하게 경영권이 승계됐다는 이 의혹은 이 전무를 비롯해 그룹 심장부인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의 소환 조사로 실체가 드러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었다.
에버랜드 사건의 피고발인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까지 특검 사무실에 불려 나오면서 수사의 칼날이 그룹 핵심인사들에게 접근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소환자들의 치밀한 대응전략 때문에 특검팀은 계열사 지분 이동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의 소환 시점이 1차 수사기간 이후로 미뤄진 점도 아직 수사진이 이 회장을 압박할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분석에 무게를 실어 준다.
특검팀이 2차로 연장할 수 있는 수사기간 15일은 `사건 정리'에 쓰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한달이 사실상 특검팀에게는 승부처가 되며 이 회장의 소환도 이 기간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사'인 이 회장이 구체적인 소환 시점과 조사방식, 사법처리 여부 등은 수사진이 관계자 진술 및 증거 확보 등을 얼마나 신속히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특검 수사 새 뇌관 `떡값 의혹' = 삼성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은 수사대상들 중 가장 지지부진한 분야지만 최근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 등 새 정부 고위직 인사 3명이 삼성의 로비명단에 포함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특검팀도 이 주장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하기로 하고 기자회견을 도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에 관련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는 등 뇌물 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뇌물사건 수사의 속성에 비춰볼 때, 김 변호사가 내놓을 진술과 제출 자료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있느냐에 따라 수사의 성패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진술과 자료가 증거능력을 갖춘 수준이라면, 현 정부 고위 관료 및 검찰 수뇌부 인사가 수사 대상이 되면서 특검 수사의 막판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이 자평한 60일, `창왕찰래' = 윤정석 특검보는 이날 종료되는 기본 수사기간 60일을 짧게 논평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창왕찰래(彰往察來)'라는 사자성어를 적어 보였다.
창왕찰래는 `지나간 것을 밝히고 미래를 살핀다'는 뜻으로, 엄정한 수사를 통해 거대 기업의 불법적 관행을 드러내고 앞으로 그릇된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켜보겠다는 수사진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특검팀이 지난 60일간 수사상 부족했던 부분을 스스로 밝혀내고 바로잡아 향후 최장 45일간의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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