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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베트남 신부’ 숨진지 한달…어렵게 한국 온 어머니

등록 2008-03-10 11:16수정 2008-03-10 11:21

지난 8일 오후 경북 경산시 경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후인킴아인이 한국에 시집온 지 한달도 안 돼 숨진 딸 쩐타인란에 대해 얘기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경북 경산시 경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후인킴아인이 한국에 시집온 지 한달도 안 돼 숨진 딸 쩐타인란에 대해 얘기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전화도 않고 자살할리 없어…내 동의 없이 사고 이틀후 화장”
고개를 젖혀 아파트 14층을 올려다본 어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저렇게 높은 곳에서 딸이 스스로 몸을 날렸다니 믿을 수 없다”며 엉엉 울었다.

지난달 6일 숨진 ‘베트남 신부’ 쩐타인란(22)의 어머니 후인킴아인(48)이 지난 7일 딸이 결혼해 살던 경북 경산을 찾았다. 딸을 시집보내고도 찾아와 볼 엄두도 내지 못했던 먼 나라에 왔는데, 정작 딸은 어머니를 맞을 수 없었다. 8일 오후 경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만난 후인킴아인은 딸의 사진을 쓸어보고 또 쓸어보며 눈물을 쏟았다.

딸이 아직 배 속에 있을 때 후인킴아인의 남편은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모녀를 떠났다. 후인킴아인은 떡 장사를 하며 혼자서 딸을 키웠다. 새벽에 일어나 떡을 만들어 팔았지만, 딸을 초등학교조차 졸업시키지 못했다. 늘 빚에 쪼들렸다.

“내가 관절염으로 계속 고생을 하는데다 주변에서 한국으로 시집가면 어머니를 편하게 모실 수 있다는 얘기를 듣더니, 딸이 빚을 얻어 호찌민에 있는 결혼중개회사를 찾아갔어요.”

딸은 집에서 300㎞ 떨어진 호찌민의 결혼중개업체에 머물며 한국·중국 남성들과 수도 없이 선을 보다가, 남편인 ㅎ(32)씨를 만났다. 선을 본 다음날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식날 중개업체로부터 한국 돈 30만원 정도를 받았다.

지난 1월 중순 딸이 한국에 도착한 이튿날 통화한 게 마지막 대화였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계속 울기만 해서 ‘조금만 참아 보라’고 달랬어요.”

그리고 3주쯤 지나 중개업체로부터 ‘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딸의 유골은 위로금 봉투와 함께 택배로 왔다. “‘효녀’라고 칭찬을 받으며 한국으로 시집간 딸이 한달 만에 한 줌 뼛가루로 돌아왔는데, 어떻게 순순히 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어떻게 숨졌는지라도 알게…”
동행 베트남 ‘여성신문’ 기자
“본국 사람들 시선 곱지 않아”

후인킴아인은 호찌민의 한국대사관과 베트남 외교부를 찾아가 진상을 밝혀 달라고 매달렸다. 베트남 언론들이 앞다퉈 이 ‘베트남 신부’의 죽음을 전하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베트남 기업인의 도움으로 후인킴아인은 한국행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었다. 그는 “딸은 숨진 지 이틀 만에 내 동의도 없이 화장됐는데, 베트남 외교부는 2월15일치 공문에서 딸의 주검이 병원에 있다고 했다”며 “딸이 도대체 어떻게 숨졌는지라도 알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8일 후인킴아인은 딸의 죽음을 수사하고 있는 경산경찰서를 방문해 수사진행 상황을 설명 듣고, 사위였던 ㅎ씨도 만났다. ㅎ씨는 경찰 조사에서 밝힌 대로 “아내가 적응을 잘하지 못해 이혼을 한 뒤 베트남으로 돌려보내려고 비행기표까지 끊어 뒀는데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인킴아인은 여전히 “왜 딸이 내게 전화 한 통화 없이 자살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후인킴아인은 열흘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경찰 조사결과를 지켜볼 예정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 합니다. 쩐타인란이 왜 숨졌는지, 자살을 했다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또다른 베트남 신부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후인킴아인과 동행하면서 이 사건을 취재하고 있는 베트남 〈여성신문〉 기자 푸프억행(49)의 말이다.

경산/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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