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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행제안·인부 불러 구덩이 파…치밀한 범행

등록 2008-03-11 02:16수정 2008-03-11 09:44

11일 새벽 전남 화순군 동면 청궁리의 한 교회 묘지에서 발견된 김아무개(46·여)씨 일가족 네 명의 주검을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화순/연합뉴스
11일 새벽 전남 화순군 동면 청궁리의 한 교회 묘지에서 발견된 김아무개(46·여)씨 일가족 네 명의 주검을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화순/연합뉴스
‘실종 가족’ 4명 피살
식당 직원에 휴대폰 메시지 수사혼선용 추정
범행동기 미궁 가능성…1억7천만원 행방 추적
서울 마포구 창전동 김아무개(46)씨와 세 딸 실종 22일 만인 10일 전남 화순에서 이들의 주검이 발견되고, 유력한 용의자로 공개수배된 이호성(41)씨 시신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가 치밀하게 준비해 김씨 가족을 살해한 뒤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치밀한 범죄 = 김씨 아파트 폐쇄회로 텔레비전에는 지난달 18일부터 김씨 가족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보이지 않고, 이씨가 18일 밤 9시44분께부터 10시26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대형 여행가방 등을 나른 것으로 나온다. 이씨는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새벽 인력시장에 전화를 해 인부들을 동원해 전남 화순군 동면 청궁리의 교회 공원묘지에 구덩이를 파게 했다. 같은날 새벽 5시께 매장지 근처에서 김씨 큰딸의 휴대전화가 잠시 켜졌다.

이는 이씨가 살해한 김씨 일가족 주검을 싣고 곧바로 전남 화순으로 내려간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이씨가 사전에 매장지를 정했음을 추정케 한다. 또 혼자 구덩이를 팔 경우 의심을 받을 수 있어, 인부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도 “구덩이를 파놓게 한 것으로 봐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가 여행가방을 미리 준비한 뒤 김씨 아파트 안에서 김씨와 두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이어 서울 종로에 있던 김씨의 큰딸을 만나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김씨나 김씨의 딸 등이 모두 주변에 “사나흘 동안 여행을 다녀올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이씨의 치밀함을 엿보게 한다. 경찰은 이씨가 여행을 제안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일가족의 주검이 평상복 차림으로 가방에 담긴 채 발견된 점에 미뤄보면, 이들은 이씨와 함께 여행을 할 것으로 굳게 믿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종 이틀 뒤까지 김씨 휴대전화번호가 사용된 것도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달 20일 오전 11시께 충남 공주에서 김씨 휴대전화가 잠시 켜졌고, 오후 4시께 김씨 휴대전화번호로 김씨의 식당 직원 휴대전화에 ‘주말에 식당을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보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신용불량자여서 자신은 다른 사람 명의로 된 휴대전화(대포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포 일가족 실종사건 일지
마포 일가족 실종사건 일지
■ 범행 동기는? =하지만 이씨와 김씨 일가족이 모두 주검으로 발견됨에 따라, 범행 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이씨의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일단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이씨가 돈을 노리고 범행을 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 15일 김씨가 정기예금을 해약하고 받은 1억7천만원이 어디로 갔는지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일단 이씨 단독범행으로 보고 있지만, 지난달 20일 실종된 김씨 집에 김씨 차를 갖다 놓다 폐쇄회로 텔레비전 화면에 찍힌 사람이 ‘공범’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그는 이씨와 체격이 달라, 경찰은 제3의 인물로 추정하고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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