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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실종 네 모녀' 시신 암매장 현장 “왜 이런 끔찍한 짓을”

등록 2008-03-11 03:00

11일 새벽 전남 화순군 동면 청궁리의 한 교회 묘지에서 발견된 김아무개(46·여)씨 일가족 네 명의 주검을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화순/연합뉴스
11일 새벽 전남 화순군 동면 청궁리의 한 교회 묘지에서 발견된 김아무개(46·여)씨 일가족 네 명의 주검을 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화순/연합뉴스
전남 화순군 청궁리 소재 공동묘지..이호성씨 선친 묘역

전남 화순군 안양산 휴양림에서 동곡으로 향하는 2차선 지방도로.

이 길에서 청궁리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배기를 따라 콘크리트로 포장된 좁은 길로 300m 가량 올라간 곳에 스산한 분위기의 공동묘지가 있다.

왕년에 해태 타이거즈 프로야구단 4번 타자로 한때를 풍미했던 이호성(41)씨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현장이다.

이 공동묘지에는 이씨의 선친 묘소가 있으며 광주 모 교회 소유인 곳으로 알려졌다.

전남 화순경찰서의 형사들은 10일 밤 이 곳 공동묘지와 옹벽 하나를 사이에 둔 공터에서 풀과 잡목으로 덮인 땅을 파기 시작했다.

50㎝ 가량 파내려 갔을 때 투명한 비닐에 싸인 검은 색 옷가방의 귀퉁이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달 18일 서울 마포에서 실종된 김모(46.여)씨와 세 딸의 시신이 담긴 길이 1m20㎝∼1m30㎝ 크기의 옷가방이었다.


경찰은 땅을 약 1m50㎝까지 파내려 간 끝에 같은 크기의 옷가방 4개가 함께 묻혀 있는 것을 발견했고, 가방 속에는 김씨 모녀의 시신이 들어있었다.

시신들은 트레이닝복 등 평상복 차림으로,머리에서 혈흔이 발견됐으며 일부 시신에는 둔기에 맞은 듯한 자국도 어렴풋이 보였다.

이들 시신이 묻혀 있던 구덩이는 일용직 노동자인 화순군 주민 유모(46)씨가 판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비석을 세울 구덩이를 파 줄 일손이 필요하다'는 인력대기소의 연락을 받고 김씨 모녀가 실종된 다음날인 지난달 19일 오전 9시께 다른 노동자 2명과 함께 약속 장소인 화순읍 모 병원으로 나갔다.

병원 앞에서 유씨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SM5 승용차를 타고 있던 이씨.

이들은 인근 철물점에서 삽과 곡괭이 등을 구입한 뒤 청궁리 공동묘지로 가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그는 "이씨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 했을 뿐이다. 오늘 공개수배된 이씨가 투신 자살한 사실을 접하고 경찰에 신고했다"며 "시신을 묻으려는 구덩이인 줄은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들이 모두 구덩이에서 끌어올려 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씨가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구들도 발견됐다.

구덩이에서 100m 가량 떨어진 공동묘지 쓰레기 소각장에는 삽 2자루, 곡괭이 1자루, 괭이 1자루가 던져져 있었다.

이들 도구는 사용된 흔적이 별로 없는 점으로 미뤄 이씨가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최근에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설마 하고 땅을 파내려 갔는데 이씨가 정말로 자신의 선친 묘소 근처에 김씨 모녀의 시신을 파묻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가슴이 철렁했다"며 "이씨가 범인이 확실하다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끔찍한 짓을 했는 지 상상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의 진상을 증언해야 할 이씨는 이날 오후 서울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돼 아무런 말도 들을 수 없게 됐다.

형민우 기자 minu21@yna.co.kr (화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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